청양에서 폐사한 독수리 농약 2차중독 추정... AI는 음성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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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청양군의 한 논에서 천연기념물 제243-1호인 독수리 10여 마리가 폐사한 채 발견됐다. 조류인플루엔자(A) 검사에서는 음성반응이 나왔다.

겨울철새로 우리나라 머물다 3월에 몽골로 북상

23일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와 청양군에 따르면 지난 19일부터 이틀간 청양군 청남면의 논에서 폐사한 독수리 11마리와 가창오리떼가 발견됐다. 구조센터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거나 날지 못하는 독수리 8마리도 구조, 센터로 옮겨 치료하고 있다. 독수리는 상태가 회복되면 야생에 방사하게 된다.

구조센터와 청양군은 농약이나 독극물을 먹고 폐사한 오리 사체를 독수리가 먹고 2차 중독돼 폐사한 것으로 추정했다. 2차 중독사고를 막기 위해 가창오리 사체도 모두 수거했다.

지난 19일 충남 청양군의 한 논에서 폐사한 채 발견된 독수리 [사진 청양군]

지난 19일 충남 청양군의 한 논에서 폐사한 채 발견된 독수리 [사진 청양군]

구조센터 관계자는 “현장에 있던 독수리 사체 모습이나 검사 소견, 논두렁의 볍씨 등을 볼 때 농약에 중독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겨울 철새인 독수리가 다음 달 북상을 앞두고 먹이를 구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누군가 고의로 논두렁에 한 줌씩 볍씨를 부려 놓았는데 어떤 의도인지 어떤 조류를 잡으려고 했는지는 추가로 조사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육식성인 독수리가 무리를 지어다니다 가창오리 사체를 먹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청양군은 독수리 사체를 국립환경과학원으로 보내 사인 규명을 의뢰했다. 경찰에는 밀렵 여부에 대한 수사를 요청했다. 청양군 관계자는 “폐사한 독수리와 가창오리 모두 AI 음성반응이 나왔다”며 “주민을 상대로 독수리·가창오리 폐사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조류보호협회 김석만 회장은 “독수리는 몽골에서 서식하다 겨울이면 우리나라에서 머물다 3월에 북상한다”며 “사체를 먹는 독수리 특성상 죽은 가창오리를 먹고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양=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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