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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쇼핑몰 세워 '카드깡'으로 700억원대 불법대출해 준 일당 적발

중앙일보

입력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한 유령 쇼핑몰을 이용, 실제 거래 없이 700억원대의 ‘카드깡’을 해 대출을 중개하고 수수료를 챙긴 업체가 적발됐다.

3만3000여 명에게 수수료 160억원 챙겨

경기 일산서부경찰서는 금융감독원과 공조해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및 사기 등 혐의로 총책 A씨(45) 등 3명을 구속하고, 같은 혐의로 대출상담사 B씨(40·여) 등 1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들은 2012년 12월부터 이달까지 4년여 동안 고양시 대화동에 콜센터 사무실을 차려놓고 대출신청자 3만3000여 명에게 총 781억원 상당의 ‘카드 한도 대출’을 알선한 뒤 수수료(이자) 명목으로 160억원을 챙긴 혐의다.

조사 결과 이들은 총책·관리책·송금책·물품구매책·대출상담원 등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대부업체인 것처럼 광고해 신청자를 모집했다.

신청자들은 적게는 200만원에서 많게는 500만원까지 자신의 신용카드 한도 내에서 이들을 통해 결제한 뒤 수수료를 뺀 현금을 송금받는 방법으로 카드깡을 했다.

이들은 1차 상담원이 대출 신청자의 신용카드를 확인해 카드깡을 유도하면, 2차 상담원이 신용카드 복사본을 받아 유령 쇼핑몰 10여 곳에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만들어 노트북 등 고가의 물품을 결제한 것처럼 하는 수법을 썼다. 수수료로 대출 금액의 15∼20%를 공제한 뒤 나머지 현금을 송금해 줬다.

총책 등은 수익금 일부는 급여로 대출상담사에게 월 150만∼400만원씩 지급하고, 나머지는 외제차를 사는 등 호화생활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유령 쇼핑몰인 것이 들통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대출신청자에게 물티슈·복권 등을 담은 상자나 빈 택배 상자를 유령 쇼핑몰 명의로 보내기도 했다.

경찰은 이 업체에서 현금 4200만원과 대포통장·대포폰 등을 압수했다. 또 유령 쇼핑몰을 만들어 주는 브로커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박권희 일산서부경찰서 지능팀장은 “신청자들은 대부분 시중은행 대출이 어려운 서민들로, 고액의 수수료에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대출을 받았다가 신용불량자가 된 사례도 많았다”고 말했다.

고양=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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