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기도 저러기도 어려운「선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두김씨가 사실상 결별상태에 들어가고 단일화가 거의 무망해지자 민주당소속 의원들은 착잡한 표정들이다.
「두김씨의 지도노선」을 따르기 의해 신민당에서 민주당으로 분가해 나왔는데 이제 두김씨가 갈라서면 또한번 진로 선택을 하지않을수 없는 형편이다. 계보의 소수 충성파들은 그런대로 자신에 차있지만 대부분이 의기소침해 6·29직후 정권이 장중에 들어온 것처럼 사기 충천해 있던 것과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두김씨의 담판이 깨진뒤부터 동교계의원들은 앞으로 자신들의 운명과 직결될 김대중고문의 「선택」을 초조히 기다리고 있다.
평소 김고문의 장중을 뒤늦게 전달받게되는 평의원들은 요즘 과연 김고문이 어떤 방식으로 후보로 나설 것이냐에 대한 탐문활동이 한창이다.
평의원들의 가장 큰 고민은 김고문이 분열결정을 내렸을 경우 함께 따라나서야 하느냐의 문제다.
대부분 계보의원들은 다음 공천을 위해서는 『어쩔수 없이 함께 보따리를 싸야하지 않느냐』는 생각이 지배적이나 강도에 있어서는 지역이나 개인의 기반에 따라 차이를 보이고있다.
강도면에서 전남출신 의원이 가장 적극적이며 그외의 지역은 개개인의 사정에 따라 의견이 갈리고 있는 듯하다.
예컨대 전남의 이재근의원의경우 소장파 단일화 촉구 모임에 소극적인데 반해 충남의 송천영, 경기의 박왕직의원등은 모임에 계속 나가고 있다.
또 기반이 비교적 든든한 다선의원들의 경우 그나마 『좀 두고보자』는 여유가 있으나 상당수 초선의원들은 보스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단일화운동에 참가했던 의원들조차 분열얘기가 나오면서부터『공천을 받으려면 싫으나 좋으나 한 진영에 속해야한다』는 절박감때문에 슬슬 꼬리를 빼는 현상까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개인적으론 『또 보따리를 싸야 하느냐』『지역구에 내려갈 체면이 없다』는등의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분열될 경우 민주당에 남으면 적(?) 진영에 남는 격이 되고 힘없는 무소속으로 처질수도 없는 처지여서 결국 현재의 계보의원이 거의 고스란히 신당쪽으로 갈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신당에 간다고 해도걱정은 남는다.
신당이 나오면 현역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구는 신인들로 채워질 수밖에 없으며 현재 동교동의 위치로 보아 많은 지역구에 재야 영입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이 경우 당의 성격이 변화될 가능성이 높고 현재의 현역의원들은 당내소수파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단일화가 무망해지자 상도동계 평의원들도 착잡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대응태도에서는 몇가지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즉△4파전이 돼도 승산이 있으므로 밀고나가자는 측△단일화관철 노력을 계속하자는 측△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관망파등으로 대별될수 있다.
4파전 불사파는 주로 부산·경남출신 의원들로△김영삼총재의 「화려한」투쟁경력△영남권및증산층의 지지△후보 조정에서 보여준 「의연함」에 따른 부동표 흡수등의 요인들을 감안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대규모 군중집회를 통해 세를 확장해 나가면서 현재까지 심어진 김총재 이미지를 유지·발전시켜 나가자고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김대중고문에 대해 『신뢰를 두기 어렵다』는 여론이 일고있다고 보고 이를 부각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그러면서도 단일화에 대한 애착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인데 오는 17일의 부산대회명칭에 처음에는 들어있지 않았던 「후보단일화 촉구」라는 표현을 뒤늦게 삽입시키는 것만 보아도 잘 알수 있다.
두김씨가 다 출마하면 승산이 없다고 주장, 단일화를 관철해야 된다는 주장도 있다.
한 의원은 『4파전이 돼도 승산이 있다고 보는 사람은 돌았거나, 지능지수가 지극히 낮거나 둘중의 하나』라며 『양측수뇌부가 아직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고 혹평.
그러나 이런 주장을 하는 의원들의 기저에는 단일화가 안되면 자신들의 신상에도 결정적인 타격이 가해질 것이라는 판단도 깔려 있다는 관측이다.
관망파 의원들은 주로 상도동계의 비영남권 출신의원으로 일단 김총재로 단일화돼야 한다는데는 확신을 갖고 있다.
그러나 단일화가 안될 때에도 계속 밀고나가야 하느냐에는 회의를 느끼고 있고, 그렇다고 계보를 탈퇴하기에는 여의치않은 상황에 처해있는 것이다.
동교동측의 탈당 가능성에 대해 대부분의 상도동계 의원들은 『그렇게 쉽게 나가지 않을것』으로 보고 있다.
한 의원은 『남아있어야 김총재의 행동반경을 제한할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버틸 때까지 버틸것』이라고 관측.
다른 의원은 『분열해 나간다면 「호남당」이 될게 뻔하고, 또 많은 의원들이 동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힘들지 않겠느냐』고 분석했다.
○…단일화 압력을 넣기위해 탈계보까지 선언했던 소장의원들도 눈치보기는 마찬가지.
동교동계 이재근의원은 탈계보 단체행동에 들어가자 아예 지역구에 묻혀버렸고, 상도동계 유성환·이재옥의원은 탈계보선언 바로 다음날 상도동계민족문제연구소 이사회에 버젓이 참석해 결의를 무색케했다.
대부분 의원들은 이들의 탈계보 선언을 거의 비현실적인것으로 본다. 단일화가 국민 여망이었으니 지역구민에게 체면이나 건지고 인기를 끌자는 속셈이 아니겠느냐는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다.
이 모임을 주도했던 박관용의원은 『40명만 모여도 뭔가 되겠는데…』라며 안타까와하고 있다. 일부 그「뜻」에 동조하는 의원들이 늘어나긴 하지만 막상 참여하기는 꺼림칙하고 두김씨의 「일성노호」가 있는 날이면 모두 원위치로 돌아가지 않겠느냐는게 이들의 체념어린 자가진단이기도 하다.
실제 김영삼총재측은 박찬종의원등 자파중진이 참여하는데 대해 불쾌한 기색을 지었다는 것이고 동교동측에서도 단일화를 내세우는 상도동의 「계략」이 섞여있지 않나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어 참여의원들도 전전긍긍하는 눈치다.
일부에선 『절을 반조각낼수는 없다. 파계승이 나가야 한다』면서 의원총회에서 「한사람도 탈당하지 않겠다」는 당수호 결의를 해야한다고 주장하나 아직은 지극히 소수의 「사적」인 주장에 그치고 있을 뿐이다. <문창극·안희창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