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빵집 철수, 백화점 일요휴무 … 의원들도 포퓰리즘 입법 줄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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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대선을 염두에 두고 정책 ‘속도전’에 매몰된 건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다. 국회 산업자원통상위원회는 22일 전체회의를 열고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정부가 제과점 등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지정된 사업에 진출한 대기업의 사업 철수나 축소를 권고할 수 있는 법안이다. 기존 적합업종 제도는 민간 협의체인 동반성장위가 담당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기업의 문어발식 진출을 막는다며 해당 법안을 당론으로 추진해왔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산자위에서 “이미 미국을 중심으로 적합업종에 대해 이의제기가 있다”며 우려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014년 보고서에서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무역장벽으로 지목했다.

“매년 정원의 4% 신규 채용 의무화” #민간기업에 부담 강제하는 법안도

환노위는 입사원서에 사진 부착과 신체조건 등의 기재를 금지하는 채용절차 공정화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상태다. 상임위 논의 과정에서 노동부가 대리시험 등의 문제를 제기했지만 위원들은 외모 차별 철폐에 정치권이 앞장서야 한다며 통과를 밀어붙였다.

김종훈 무소속 의원은 대형마트 의무휴업(현 월 2회)을 매주 일요일로 확대하고 영업시간도 오후 10시(0시까지 가능)로 규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내놨다. 의무휴업 대상이 아니었던 백화점은 매주 일요일에, 면세점도 매달 일요일에 한 차례 쉬도록 했다. 당장 백화점과 면세점은 골목상권 보호와 큰 관련이 없는 데다 맞벌이 부부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신상진 자유한국당 의원은 공공기관과 300인 이상의 기업이 매년 정원의 4% 이상을 신규 채용하도록 하는 청년고용촉진특별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청년 고용을 활성화할 수 있겠지만 경제 상황을 도외시한 채 사기업에 부담을 강제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대출금을 성실 상환할 경우 금융사가 받은 이자 중 일부를 되돌려주는 ‘성실이자 환급제’가 포함된 은행법·한국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 등 시장이 결정해야 할 부분은 기업이 알아서 하도록 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며 “모든 것을 법으로 규제하고 정해야 한다는 법 만능주의와 선거철을 앞둔 정치권의 포퓰리즘이 결합하는 상황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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