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모는 뭐래? 민주당 경선 ‘스파이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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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더불어민주당 경선 선거인단 모집을 둘러싸고 ‘스파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덜 부담스러운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역선택’에 참여하려는 보수단체 회원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민주당 대선후보 지지자들 사이에서다.

보수단체 경선 역선택 참여 움직임에 #문재인 지지자, 이재명 팬클럽 등 #박사모 위장 가입해 정보 캐내기

민주당은 선거인단에 참여하면 대의원이나 권리당원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1인 1표를 주는 완전국민경선 방식으로 후보를 뽑는다. 22일까지 약 70만 명이 선거인단 신청을 한 상태다.

발단은 친박 단체인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등의 사이트에 역선택을 위해 민주당 선거인단에 등록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인증샷’이 올라오면서부터다. 그러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지자 중 한 명이 박사모에 위장 가입했고 이후 자신의 트위터에 “안희정을 찍어서 문재인을 떨어뜨리려는 역선택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박사모 측의 ‘역선택 독려 메시지’를 공개했다. 해당 글은 300회가 넘게 리트윗됐다.

문 전 대표의 공식 팬클럽인 ‘문팬’에도 “민주당 선거인단에 박사모와 어버이연합 사람들이 무더기로 가입해 일부러 문재인 쪽에 혼선을 준다는 얘기가 있다”며 “절대 선거권 주면 안 된다. 명단을 비교해서 철저히 색출해 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한 회원은 “국민경선 대상 지역에서 대구·경북을 빼거나, 일베(일간베스트)·박사모 회원 명단을 경찰 협조로 받아내서 그 사람들을 제외하고 경선할 것을 강력 추천한다”고 했다. “연령별 집계를 보면 박사모의 역선택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는 주장이나 “어르신들의 휴대전화에서 역선택 독려 문자가 발견되는 즉시 캡처해서 고발할 수 있도록 민주당은 별도의 신고센터를 만들어 달라”는 제안도 쏟아졌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팬클럽 ‘손가락 혁명군’에서도 박사모에 위장 가입한 이 시장의 지지자가 박사모 내부의 글을 퍼나르고 있다. 한 회원은 “안희정이 더 경쟁력 있어서 차라리 이재명 합시다”란 내용의 박사모 내부 논의 내용을 게시하며 “박사모 밴드에 대통령 탄핵되면 약올리려고 가입했는데 탄핵되면 박사모 밴드에 들어가서 초토화시켜 버리자”고도 했다.

그러자 박사모 내부에서도 최근 “역선택 독려법에 대해 자세히 알려 달라” 대신 “문자로 역선택 독려는 하지 말아 달라. 역선택 독려 적발 시 형사처벌이나 벌금 80만원을 받는다”며 신중하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2012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역선택을 해 봤다는 한 회원은 “제가 역선택해 봐서 아는데, 그거 절대 해서는 안 된다. 나중에 경선 참여했다고 민주당에서 당원 가입을 유도한다”고도 말했다.

유성운·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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