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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umpXX.com'…트럼프, 20년간 도메인 3643개 싹쓸이

중앙일보

입력

지난 2012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특이한 도메인 주소들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VoteAgainstTrump.com(트럼프에반대표를)’, ‘TrumpMustGo.com(트럼프는가야한다)’, ‘NomoreTrump.com(더 이상 트럼프는 안돼)’ 등이다.

선거에 출마하는 것을 암시하는 주소였다. 당시는 트럼프가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은 때였다.


2015년 6월 출마선언을 하기 직전에는 ‘MakeAmericaGreatAgain.vote(미국을다시위대하게)’란 도메인을 사들였다. 이 도메인은 트럼프의 대선 캠페인이 됐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들인 도메인 주소를 보면 그가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지가 보인다. CNN머니가 도메인툴즈를 활용해 지난 20년간 인터넷기록을 조사한 결과다.


20일(현지시각)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보유한 도메인 주소는 무려 3643개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가 가진 1호 도메인은 ‘DonaldjTrump.com’이다. 1997년 1월 20일에 이 도메인을 사들였다. 닷컴 열풍이 한창 시작할 때였다. 이 주소는 지금도 트럼프의 공식 홈페이지 주소로 사용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인 공식 홈페이지. 도메인 주소(donaldjtrump.com)는 그가 1997년에 처음 사들인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인 공식 홈페이지. 도메인 주소(donaldjtrump.com)는 그가 1997년에 처음 사들인 것이다.


이후 그는 새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미리 관련된 주소를 사들였다. TrumpEmpire.com(트럼프제국), TrumOranization.com(트럼프조직), TrumpBuilding.com(트럼프빌딩) 등 그의 이름이 들어간 평범한 것들이지만 부정적 의미를 담은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를 테면 TrumpFraud.com, TrumpScam.com(트럼프사기)와 같은 것들도 그의 소유다.


2009년 암웨이나 허벌라이프 같은 네트워크마케팅 회사인 ‘트럼프네트워크’를 설립했을 때에도 도메인(TrumpNetwork.com)은 이미 2년 전에 확보했다. 회사를 차리기 몇 달 전에는 TrumpMultiLevelMarketing.com(트럼프다단계마케팅), TumpNetworkFraud.com(트럼프네트워크사기), TrumpNetworkPyramidScheme.com(트럼프네트워크피라미드사기), TrumpNetworkPonziScheme.com(트럼프네트워크폰지사기) 등 15개 도메인을 사들인 적이 있다.


특이한 것들도 눈에 띈다. 소송을 자주 벌여온 트럼프는 'ImBeingSuedByTheDonald.com(나는도널트럼프에소송당했다)'란 도메인도 사들였다. 2014년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DonaldTrumpSucks.com(도널드트럼프는엉망이다)’란 도메인을 사들이기도 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후에는 93개의 도메인을 사들였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자신에 대한 비난 여론이 조성되거나 법적인 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미리 차단하려는 의도로 도메인 확보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분석했다.

평판관리 전문가인 아르만도 마르티네즈 스파이더부스트 대표는 CNN과 인터뷰에서 “이런 도메인 주소를 사들인다는 것은 명예훼손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관리 PR전문가인 브루스 루빈 rbb커뮤니케이션 카운슬러도 “도메인주소를 모두 사들이는 사람은 이런 종류의 혐의나 고발이 제기될 수 있다고 이미 생각하고 있다는 의미”라면서 “대부분의 회사는 이런 종류의 역풍을 불러일으킬 사업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보유한 도메인 대부분은 사용기간이 만료돼 매물로 나와 있거나 빈 페이지고 일부만 그의 사업체 홈페이지로 운영되거나 트럼프 개인의 공식 홈페이지로 연결된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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