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차관감 물색? ‘에이스 공무원 리스트’ 만드는 문재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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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21일 서울 용산우체국을 찾아 집배원들을 격려하고 우편물을 배달했다(왼쪽). 안희정 충남지사는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사진 박종근 기자], [뉴시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21일 서울 용산우체국을 찾아 집배원들을 격려하고 우편물을 배달했다(왼쪽). 안희정 충남지사는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사진 박종근 기자], [뉴시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은 요즘 17개 정부 부처별로 1급 이상 간부 명단을 추리고 있다. ‘에이스 공무원 리스트’를 만들어 등용 가능한 차관급을 물색하겠다는 목적이다. 문 전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국회 상임위원별 소속 의원들의 추천으로 평판이 좋은 공직자 등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기 대선 땐 ‘차관정치’ 불가피 #관가서도 “차관 누가 되나 더 관심”

조기 대선이 열리면 ‘차관정치’ 시대가 올 수도 있다. 정부조직법개정안이 언제 통과될지 모르기 때문에 장관 인사청문회가 언제 끝날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 경우 행정 공백을 메우기 위해선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는 차관에게 부처를 이끌도록 할 수밖에 없다. 아니면 박근혜 정부 장관들에게 새 정부 정책을 집행하게 해야 한다.

문 전 대표 측의 경우 전자를 선택하고, 차관감을 일찌감치 물색하고 있는 셈이다. 문 전 대표 측의 움직임은 후발주자들보다는 속도가 빠른 감이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 측은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되면 당과 정부조직법 문제 등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측 관계자는 “지금 당장 정부 조직이나 정부 인사까지 정하고 넘어가는 것은 개헌 논의를 비롯해 대선 이후 필수적인 협치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발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 참석해 ‘일자리 공약’을 발표했다(왼쪽). 뉴스 방송에 출연한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보수가 소멸할 위기”라며 보수 후보 단일화를 주장했다. [사진 김경록 기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 참석해 ‘일자리 공약’을 발표했다(왼쪽). 뉴스 방송에 출연한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보수가 소멸할 위기”라며 보수 후보 단일화를 주장했다. [사진 김경록 기자]

하지만 문 전 대표 측은 “정권이 바뀌면 장차관들은 일괄 사표를 내는데, 이번엔 장관직 인선 등을 논의하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없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반드시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조기 대선이 열릴 경우 정부인수 기간이 없어 어떤 대선주자가 당선되더라도 차관이 당분간 해당 부처에서 인사와 예산, 정책 등에 전권을 쥐는 실세 차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그래서 세종시 등 정부부처 공무원들 사이에선 “다음 차관이 누구냐가 더 관심”이라는 말도 나온다.

다만 차관은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 의결권이 없다. 차기 정부 집권 초기에 전임 정부 출신 각료들이 참여하는 ‘동거정부’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에서 법률을 만들어 정부로 이송하더라도 정부가 국무회의 성원이 안 돼 법률 공포가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 이후 처음 주재한 국무회의에는 새 정부 각료 11명과 노무현 정부 국무위원 4명이 참석했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대선후보들은 정부 조직 개편이 완성되기 전에라도 어떤 비상 플랜을 가지고 잠정적으로 정부 조직을 운영해나갈 것인지 비전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글=위문희·안효성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사진=박종근·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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