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4당이 함께 낸 특검 연장 법안 … 한국당 반대로 사실상 물 건너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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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 사건에 대한 특검 연장 법안의 국회 통과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 특검 연장안에 대한 여야 합의가 21일 불발된 데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법안의 직권상정에 대해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특검 수사 시한은 이달 28일까지다.

정세균 의장은 직권상정 난색 #“여야 합의 없인 내가 할 수 없다”

정세균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상임위원장단과의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여야 교섭단체가 합의하면 언제든 (직권상정을) 할 수 있지만 안 되면 내가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르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이 가능한 경우는 ▶천재지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교섭단체 대표와 합의한 경우로 제한된다. 정 의장은 특검 연장 법안 직권상정이 국가비상사태 요건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국민들이 잘 안다. 국회법 절차에 따라 의사 진행을 할 수밖에 없다”며 특검 연장안이 직권상정 대상이 아님을 시사했다.

이날 오전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선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바른정당·정의당 등 야 4당과 여당인 자유한국당이 특검 연장법 상정 문제를 두고 정면충돌했지만 파행으로 끝났다. 민주당 간사인 박범계 의원은 “김영재 등 비선의 의료 농단은 물론 SK·롯데·CJ 등 기업 수사도 자료를 확보했음에도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지 못했다”며 특검 연장을 촉구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간사인 김진태 의원은 “태생부터 편파적인 특검은 편파적일 수밖에 없다”며 “특검이 거의 석 달째 활동 중인데 이제 그만하면 됐다”고 맞섰다.

결국 바른정당 소속인 권성동 법사위원장은 “법사위의 관례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며 “(특검 연장법안을)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앞서 야 4당 대표들은 회동을 열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날까지 특검 수사 기간 연장 요청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을 경우 23일 본회의에서 특검법을 처리하는 데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날 법사위 상정에 실패하면서 본회의 상정도 불가능하게 됐다.

이런 가운데 황 대행 측은 이날 오후 짤막한 입장 자료를 통해 “특별검사의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보면서 관련법에 따라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면밀히 검토 중에 있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특검법에 따르면 수사 기간 연장 승인 요청은 수사 기간 만료 3일 전까지로 돼 있지만 승인 결정 시점은 명시돼 있지 않아 수사 마감일 전날 결정할 수도 있다. 국회 안팎에선 황 대행이 연장안을 거부할 거란 관측이 많다.

박성훈·채윤경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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