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KBS 아나운서 특채 합격시켜줄게"…2000만원 뜯어낸 80대 벌금형

중앙일보

입력

2012년 A씨는 강남의 한 대형병원에서 귀인을 만났다. 자신을 전직 KBS 아나운서로 소개한 박모(80)씨였다. 박씨는 A씨에게 “KBS에서 일한 적이 있으니 딸을 아나운서로 만들어주겠다”고 제안했다.

"이명박·하금렬·최시중과 지인"…거짓 인맥으로 사기

A씨는 처음엔 믿지 않았지만 박씨가 뒤이어 하는 말들에 귀가 솔깃해졌다. 박씨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하금렬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잘 안다. 내가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도 절친해서 아는데, 방송국에 들어가는 사람은 실력자가 아니라 내정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씨는 “보통 방송국에 20억원 정도의 기자재를 사줘야 입사할 수 있지만 내가 지인들을 통해 딸이 아나운서 특채에 합격할 수 있도록 힘써주겠다”고 했다.

아나운서 준비생 딸을 뒀던 A씨는 박씨의 말을 믿고 두 차례에 걸쳐 현금 2000만원을 보냈다. 그러나 실제 박씨는 A씨의 딸을 KBS 아나운서로 압격할 수 있게 해줄 능력도, 의지도 없었다. 결국 박씨는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박평수 판사는 박씨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박씨가 4년 넘게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했고 범행을 부인하는 등 반성이 부족하다”면서도 “A씨 역시 부정한 방법으로 자녀를 취직시키려고 돈을 준 것이기 때문에 일부 책임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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