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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마블ㆍ호텔롯데 줄줄이 대기, 거품 빠진 지금이 오히려 투자 적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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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9호 18면

사상최대 규모 기업공개(IPO) 시장 열린다

입춘은 어느덧 지났건만 2017년 증시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투자심리를 자극할 인센티브는 그 어떤 곳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가 강달러와 약달러, 강온 냉탕을 오가는데다 국내에서도 최순실 게이트 파문으로 인해 정국이 시계 제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죽을 썼던 기업공개(IPO) 시장이 대표적인 경우다. 지난해 6월 코스피 IPO 사상 역대 최대 규모(4조1000억~5조3000억원)로 꼽혔던 호텔롯데가 상장을 무기한 연기한 이후, IPO 시장에선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공모주 펀드 설정액은 4조1329억원으로 지난해 8월(5조3305억원) 대비 22% 감소했다. 지난해 8월부터 여섯달째 순감소 추세다.

조 단위 대형주 잇따라 공모 계획 #호텔롯데 포함 땐 10조원 넘을 듯 #한전, 자회사 상장 통해 반등 노려 #코스닥에선 셀트리온·하림 기대

그렇지만 희망은 있다. 올 상반기에는 공모금액이 조 단위로 올라가는 대어(大漁)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IPO 시장이 ‘연초=비수기’라는 공식을 깨고 1분기부터 들썩거리는 이유다. 탄핵 정국을 비롯한 각종 불확실성 증대로 IPO를 미뤘던 기업들이 올들어 속속 상장 계획을 밝히고 있다. 올해부터 적용되는 ‘테슬라 요건’도 IPO 시장에는 호재다. 적자 기업이라도 성장성이 일정 수준 입증될 경우 상장을 허용하기 때문에 주식 시장이 활성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이에 더해 호텔롯데가 다시 IPO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 경우, 올해 공모 금액은 역대 최대 규모(10조원 이상)로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대어 넷마블, 시총 10조 이상 전망

올해 IPO를 준비중인 기업 가운데 대표적인 곳이 넷마블게임즈다. 넷마블은 2015년 ‘매출 1조원 클럽’에 이름을 올린 모바일 게임 시장의 강자다. 지난해 12월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넷마블은 올 5월 IPO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일단 실적은 긍정적이다. 최근 출시한 인기 롤플레잉 게임(RPG) ‘리니지2: 레볼루션’이 히트를 하면서 넷마블게임즈의 몸값이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넷마블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4658억원으로 집계됐다. 2016년 잠정 매출은 1조5029억원, 영업이익 292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매출은 40%, 영업이익은 30% 늘었다. 향후 성장세에 대한 자신감 또한 높다. 올 1월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서울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리니지2 레볼루션 출시 한 달 만에 매출 2060억원을 올렸다”며 “국내 게임 사상 최대일 뿐 아니라 해외 글로벌 게임업체의 대표작에 맞먹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지난달 야근 폐지를 비롯한 조직 문화 개선책을 내놓으며 재무 측면은 물론 기업 평판까지 신경을 쓰는 등 넷마블은 IPO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때문에 최근 증권업계에서는 넷마블의 시가총액이 기존 전망치(10조원)보다 40% 높은 14조원 수준이 적정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민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넷마블은 리니지2 레볼루션 출시로 캐시카우를 확보함과 동시에 캐주얼게임 위주던 라인업의 다각화에도 성공했다”며 “NC소프트의 온라인게임 지적재산권(IP)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에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 2월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이 김택진 NC소프트 대표의 경영권 방어에 백기사로 나서면서 얻은 전리품이 이제야 빛을 발하는 것이다.

당시 김택진 대표와 NC소프트의 최대 주주이자 넥슨 창업자인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회장 사이에서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자 방 의장은 김택진 대표를 돕기 위해 NC소프트 지분 8.9%(3900억원어치)를 전격 인수했다. 넷마블은 NC소프트가 보유한 ‘리니지’ 시리즈의 IP 사용 권리를 갖는 대신, 매출 가운데 약 10%를 로열티로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NC소프트도 향후 넷마블의 IP를 활용해 게임을 출시할 경우, 넷마블에 로열티를 내야 한다.

일단 넷마블이 상장에 성공할 경우, 방 의장은 ‘주식부호 톱 10’에 무리없이 진입할 전망이다. 넷마블의 시총을 10조원으로 가정할 경우, 방 의장이 보유한 주식 가치가 약 3조2360억원으로 커지기 때문이다. 현재 주식부호 6위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2조5039억원)보다도 많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약 1조3364억원), 권혁진 스마일게이트 회장(약 8900억원) 등 국내 정보기술(IT) 업계를 대표하는 주식 부호와 비교해도 훨씬 큰 액수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주가가 11% 빠지면서 시가총액 순위도 5위까지 내려앉았다. 한때 현대차를 제치고 시총 2위까지 올랐던 시절과 비교해보면 초라하다. 떨어진 주가를 끌어올릴 목적으로 한전은 올들어 호재를 잇따라 내놨다. 남동발전과 동서발전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8개 자회사를 잇달아 공개할 계획이다. 기존 자회사 지분을 매각하고 대주주로서 받게 되는 배당이 확대되면 재무구조가 건전화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남동발전의 상장 목표는 이르면 5월, 늦어도 6월이다. 올 하반기에는 동서발전까지 상장시킨다는 게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설명이다. 남동발전과 동서발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각각 9333억원과 6162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각각 18.2%, 16.8%에 달한다. 다만 두 회사의 IPO는 주식 지분 30%를 상장하고 정부 등 공공지분 최소 51%를 유지하는 ‘혼합소유제’ 방식으로 추진한다. 민영화 논란을 의식한 조치다. 지분 30% 상장은 완전 민영화는 아니지만 단계적 민영화로 시장에서는 받아들이고 있다. 강동진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자회사들이 상장될 경우 한전에만 종속된 구조에서 벗어나 주주에 대한 배려를 해야 하는 구조가 되기 때문에 투명성이 개선되는 효과가 생긴다”며 “재무구조가 개선되면 배당을 할 수 있는 여력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호텔롯데 “일단 상장만 된다면야…”

오는 23일 이사회를 개최하는 호텔롯데는 올해 IPO 시장의 성패 여부를 쥐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6월 검찰 비자금 수사 여파로 IPO를 연기했던 호텔롯데는 올 6월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며 IPO를 재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계획대로 회사 지분 35%(총 4785만5000주)를 시장에 내놓는다면 호텔롯데는 최대 5조3000억원을 확보할 수 있다. 2010년 삼성생명 상장 당시 공모총액(4조8881억원)을 웃도는 역대 최고 규모다.

롯데그룹 정책본부 관계자는 “호텔롯데를 상장시켜 경영 투명성을 확보해 나가겠다는 게 신동빈 회장의 의지”라며 “외부 상황만 받쳐준다면 기업공개를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호텔롯데는 롯데제과(3.21%)와 롯데쇼핑(8.83%)·롯데칠성(5.92%) 등 각 계열사 최대 지분을 보유한 한국롯데의 사실상 지주회사다.

호텔롯데의 실적도 넷마블과 마찬가지로 상승 추세에 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지난해 1~9월 누적으로 매출 4조8426억원, 영업이익 2475억원을 올렸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은 34.2%, 영업이익은 3.7% 늘었다. 수익성이 호전되면서 현금성 자산은 9795억원에 달했다. 사업부별로 살펴보면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를 운영하는 테마파크사업부(월드 부문)는 3분기 누적으로 영업이익 26억원을 올리면서 전년 같은 기간(영업손실 255억원)과 비교해 흑자로 돌아섰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호텔롯데를 상장해 일본 롯데그룹의 지분율을 낮추면서 한국 롯데그룹을 독립적 구조로 운영하기 위한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본다”며 “신 회장의 호텔롯데 지분율을 높이기 위해선 롯데쇼핑·롯데케미칼·롯데제과 등 계열사를 활용해야하기 때문에 이들 회사 주가도 지배구조 개편의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상장 여부가 관심사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의 유통과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부터 본격 판매된 류마티스관절염 치료 바이오 복제약 ‘램시마’의 실적이 올 1분기부터 본격 반영된다. 노경철 SK증권 연구원은 “셀트리온·셀트리온제약·셀트리온헬스케어가 삼각편대를 이루면서 주가 상승을 이끌 수 있다”고 봤다. 또 하림그룹도 지주사인 제일홀딩스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로 불어난 차입금을 상환한다는 계획이다.

투자자들의 시선이 싸늘해진 지금이 공모주 투자 적기라는 시각도 있다. 이상범 리코자산운용 대표는 “공모주는 경쟁률에 따라 주식을 나눠 배정받기 때문에 요즘처럼 전망이 나쁘다면서 돈이 빠져나가 경쟁자들이 줄어들 때 오히려 먹을 게 많아진다”면서 “기업들도 공모가를 비싸게 책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투자에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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