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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변화에 강력한 열망 표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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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의식조사란 여론이라는 집합적 심리의 파악을 위한 한가지 방법이다.
이번 중앙일보의 의식조사는 이같은 일반적 취지 이외에 우리 현대사의 전개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는 6월사태 이후의 전국 및 사회현실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을 폭넓게 진단하고 있다는 점에서 별도의 부가가치를 부여 할 만 하다.
이 국민의식조사의 결과를 일별해 볼때 개별응답 중에는 분명 오늘날의 사회현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유력한 단서들을 다량 내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예컨대 6·29선언에 대한 평가라든가 그 주체에 대한 인식, 대통령 선출방법을 위시한 선거제도 일반에 관한 견해, 지방자치제에 관한 소견, 야당 후보단일화에 대한 기대, 사회적 불만의 대응자세, 미국에 대한 느낌등은 응답자체가 이미 고도의 시사성과 설명을 함축하고 있는, 스스로 말할수있는 위치에 놓여 있는 것이라 하겠다.
그러나 사회조사란 궁극적으로 다양한 여론의 숲을 관류하는 지배적 사고 유형이나 경향을 적발하기 위한것인 즉 우리는 표출된 자료로써는 쉽게 밝혀지지 않는 내재적 국면에 대 한 통찰에 각별히 유의하지 않을 수 없다.
직접적 근거는 없되 여러 응답결과들로부터 추론할 수 있는 사항으로 첫째 우리 국민들 사이에는 사회개혁에 대한 의지가 실로 강하게 동기화 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이점은 우선 96·8%라는 압도적 다수가 대통령제의 경우 직선을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그 증거를 찾아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변화에 대한 열망은 분배위주의 경제정책에 관한 지나 지방자치제에 관한 요구를 비롯한 여타의 국면에 대해서도 실로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우리 국민은 부분걱 개편이 아닌 사회전면적 변화를 요청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런데 요구가 다영한 만큼 개혁방안에도 이견이 분분하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목표에 대해서는 일련의 합의가 비교적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음은 정말 특이할 만 하다.
그 방향은 한마디로 제3공화국, 10월유신 또는 5·16이전의 상태로 되돌아 가자는 것이다. 즉 대통령 직선제에 관한 요구가 그 표징적 사례라고 할 수 있겠는데 이러한 점은 지방자치제 실시나 소선거구제의 선호, 또는 임시제도나 과외학습에 대한견해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나타나고있다.
이같은 경향은 내용면으로 볼때는 일단 구제도로의 안건을 뜻하는 복고주의라고 할 수 있는바 그것은 결과적으로 전진적 개혁이 아닌 퇴행이 아닐까하는 일말의 우려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이러한 쪽으로의 합의는 추측컨대 제도나 정책 자체의 유효성에 대한 평가에서 나왔다기보다 근자에 체험한 전일적이며 권위주의적인 운영방식에 대한 환멸에 기인한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따라서 부제도로의 복귀는 엄정하고도 객관적인 비교판단의 결과라기 보다는 원점으로 되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잘 해보자는 의지가 함축된 것이라고 판단된다.
이러한 태도는 스스로에 대한 신뢰를 전제로 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즉 많은 응답자들은 학생다음으로는 시민이 6·29선언에 가장 큰 압력을 가한 세력이라고 말함으로써 사회정치걱 발전에 대한 소임을 새로이 자각하고 있다.
동시에 응답자의 반수 가량은 60년대 이후 경제성장의 원동력은 지도층이 아닌 국민전체의 노력이라고 생각하며 또 보다 잘 사는 나라가되는데는 정치인보다도 국민 개개인의역할이 더욱 중요함을 확신한 바 있다.
국민들의 긍정적 자아관은 뜻하지 않은 거금이 생겼을 때는 마구 쓰지 않고 예금이나 부동산등으로 비축하겠다는 견해, 또는 생활비 전체의 약 절반을 자녀교육에 할애하는 쾌락 연기의 행태와도 일맥상통한다고 할수 있다.
이렇듯 국민의식에 잠재 해 있는 긍정적. 자아상, 특히 6월 사태를 계기로 도약적으로 성숙하고 있는 시민의식을 고려할때 이제 앞으로는 몽매한 대중의 반역에 의지한 독재정치라든가, 물리적 힘에 의한 군사지배와 갈은 민주화개혁 이외의 대안은 단기적 으로는 막대한 홰생을,또 장기적으로는 성사가능성이 극히 희박한 비 현실적인 조처라고 감히 단정할수 있을 것 갈다.
한편 시야를 보다 좁혀 이제 석달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에 대한 응답자들의 태도를 알아보자. 직접적 비교자료는 없고 다만 부문별 능력평가나 선거이후의 사태에 관한 전망만이 간략히 조사되어 있을 뿐인데 요약하자면 인권이나 언론문제에 있어서는 김대중씨가,반면 경제성장이나 사회안정의 측면에 대해서는 노태우씨가 다소 높이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상기 세사람 간에는 이렇다할 의미있는 차이를 거의 발견할 수 없으며 더구나 누구든 마찬가지라는 응답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 응답자들은 여야중에 누가 당선되더라도 선거 곁과에 승복할 것이며 정치적 보복 역시 없으리라고 전망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울러 많은사람들이 표대결이 아닌 합의를 통한 야당후보의 단일화를 점치고 있는데 결과는 김영삼씨가 약간 우세하리라 예상한다.
그러나 앞서 말한 전체적 역량에 대한 강한 신뢰, 또는 이를 바탕으로 한 적극걱 권리행사나 사회참여의식 등으로 인해 우리 국민들은 점차 카리스마적 통치보다 관료제걱 국가운영을 희구하고 있고 바로 그런 이유에서 어떤 정당, 어떤 인물의 등장에도 관계없이 앞으로의 국가사회발전을 비교적 낙관시하고 있다.
다만 부의 분배, 노동문제, 또는 지역간 불평등등 사회경제적 구조와 관련된 문제점들이 앞으로 심각한 쟁점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많다는 점이 일부 사람들에 의해 지적되고 있는데 사회정의 및 기득권이 상호교차하는 이러한 난제해결을 위해서는 이해 당사자들 뿐만 아니라 대학교수나 종파인등 도덕집단의 관여가 다소간 기대되고 있기도 하다.김문조<고대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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