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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덕심자극' 류준열의 매력, 어디서 '매력학'이라도 전공하셨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배우 류준열(30)의 팬덤은 막강하기로 소문이 나 있다. 지난해 열린 단독 팬미팅은 티켓 오픈 3분 만에 4000석이 매진됐다. 아이돌 팬덤에 버금가는 애정과 충성도를 가진 팬들의 힘이다. 촬영장에는 그를 위한 ‘간식 차’ 등 지원이 끊이지 않고, 무대 인사 같은 공식 행사가 있을 때마다 인파가 모인다.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의 류준열 갤러리는 ‘타(他)갤러’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자랑한다. ‘뭐가 그리 좋을까’ 하는 마음으로 류준열과 ‘륮치(류준열 갤러리에서 팬들을 이르는 말)’를 찬찬히 살펴보다 알아 버렸다. 그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몇 가지 이유에 대해.

사진=전소윤(STUDIO706)

사진=전소윤(STUDIO706)

멜로부터 액션까지 뭘 해도 어울리는

류준열은 TV 드라마 ‘응답하라 1988’(2015~2016, tvN, 이하 ‘응팔’)이 낳은 신데렐라 스타다. 이 작품에서 ‘츤데레 순정남’ 김정환을 연기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기 때문. 이후 ‘응답의 저주’ 같은 세간의 의심에 흔들리지 않으며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선보이고 있다. ‘응팔’이 종영하자, 그가 이전에 찍어 놓은 영화들이 차례로 개봉했다. 사라진 소녀의 기타리스트 친구로 나온 ‘로봇, 소리’(2016, 이호재 감독), 평범한 재수생으로 출연한 청춘영화 ‘글로리데이’(2016, 최정열 감독) 등. 이는 류준열이 벼락 스타가 아니라 오랜 시간 역할의 크기를 따지지 않고 성실히 연기해 왔음을 뜻한다. ‘응팔’ 출연 이전에 업계 관계자나 기자들에게 직접 만든 명함을 줬다는 얘기도 제법 알려진 일화다.

`소셜포비아`

`소셜포비아`

사실 데뷔 초 그는 주로 ‘소셜포비아’(2015, 홍석재 감독)의 인터넷 BJ 양게처럼 불량한 청년을 연기해 왔다. ‘응팔’의 로맨틱한 이미지를 살려 캐스팅된 건 TV 드라마 ‘운빨로맨스’(2016, MBC)에서였다. 그는 타고난 수재이자 게임회사 CEO인 제수호 역을 맡아 까칠하면서도 감정에 솔직한 모습을 맞춤하게 연기했다. ‘운빨로맨스’는 류준열이 멜로에 적합한 배우임을 다시 확인케 한 드라마였다. 그래서 ‘더 킹’(1월 18일 개봉, 한재림 감독)의 최두일 역은 다소 의외의 선택으로 보였다. 조인성·정우성 등의 곁에 선 조연을 택했기 때문. 그는 “한재림 감독의 영화를 좋아해서” 또 “선배들과 함께 촬영하며 더 많이 배우고 싶어서” ‘더 킹’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남친짤’ 제조기

팬들에게는 서운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류준열은 전형적으로 빼어난 미남은 아니다. 오죽하면 ‘잘생김을 연기하는 배우’란 수식어가 늘 따라다녔을까. 큰 키에 적당히 마른 몸, 주먹만 하진 않지만 꽤 작은 얼굴. 대단히 특별하진 않은 신체 조건이 역설적으로 류준열의 무기가 됐다. 바로 ‘평범함의 매력’이다. SNS에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맨유(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임을 인증하는 모습도, 깔끔하고 캐주얼한 차림으로 외출하는 일상 모습도 마찬가지다.

`꽃보다 청춘2` (사진=tvN)

`꽃보다 청춘2` (사진=tvN)

또한 그는 TV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2016, tvN)에서 당차게 영어를 구사하는 모습으로 화제를 모았다. ‘축구 좋아하고, 패션 센스도 있으며, 공부도 열심히 하는 남자친구’ 혹은 ‘언제라도 호감이 생길 것 같은 남사친(남자 사람 친구)’ 같달까. 그는 그렇게 현실에서 만나면 더없이 좋을 것 같은 이미지를 가졌다. 자신을 ‘셀럽(유명인, ‘Celebrity’의 준말)’의 위치에 놓지 않으려 노력하는 자세도 눈에 띈다. “버스값 오르는 걸 모르는 무감각한 사람이 될까 봐 여전히 대중교통을 탄다”는 그는 “보통 사람들의 삶에서 동떨어져서는 배우로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이토록 다정한 스타라니!

류준열은 인터뷰를 할 때마다 팬들을 향한 애정을 모자람 없이 표현한다. “지금 내게 가장 긍정적인 힘을 주는 것은 팬” “행복하다 느끼는 순간의 8~9할은 팬들의 몫”이라는 등. 심지어 ‘운빨로맨스’ 종영 기념 인터뷰에서는 “당장 연애할 생각은 전혀 없다. 지금은 팬들을 사랑하고 있으며, (팬들과의) 행복한 순간을 즐겁게 보내고 있다”고 이야기했을 정도다.

`운빨로맨스`

`운빨로맨스`

‘팬’이라 쓰고 ‘여자친구’라 읽어도 무방한(아니, 그렇게 읽고 싶게 만드는) 스타라니. 팬이 준 선물을 직접 사용하는 모습도 자주 포착된다. 정성껏 준비한 선물이 망가져 속상해 하는 팬에게 ‘우리 마음은 깨지지 않아요’라고 글을 써 준 일화 등 미담이 끊이지 않는다. 팬들은 그의 다정다감한 성정과 자신을 사랑해 주는 이들에게 고마워할 줄 아는 성숙함에 반한 것이 아닐까. 이렇듯 그는 ‘스타는 사랑받는 데만 익숙할 것 같다’는 편견을 깨고, 팬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돌려주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가 신선하고 독특한 방식으로, 새로운 스타의 지형을 그리고 있다고 믿게 되는 이유다.

환경을 사랑하는, 생각까지 건강한 청년

류준열은 지난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그린피스를 후원하며 환경 보호에 많은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또 영국의 한 매체에 ‘미세 플라스틱으로 인한 해양 오염 문제’를 이야기한, 영국 밴드 맥플라이의 기고문에 답장 형식으로 긴 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촬영차 다녀온 남아프리카에서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며 “작은 관심이 큰 변화의 초석이 될 수 있듯, (이러한 움직임을 통해) 환경과 동물 보호를 위한 긍정적인 나비효과가 일어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의 글 곳곳에는 환경에 관한 신념이 배어 있다. ‘운빨로맨스’ 촬영 당시 극 중에서 “제가 환경 운동을 하고 있어서” “지구온난화가 심해지고 있다”와 같은 애드리브를 했고, 지난해 방영된 TV 다큐멘터리 ‘기후 변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인가’(EBS1)의 내레이션을 맡기도 했다. 환경을 생각하는 그의 태도는 팬들의 활동으로도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류준열의 팬 모임 ‘연어’가 나무 심는 사회 혁신 기업 ‘트리 플래닛’과 함께 그의 고향인 경기도 수원에 ‘류준열숲 1호’를 조성한 것. “건강하고 긍정적인 그의 활동을 응원하면서, 나 역시 좋은 사람이 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어느 류준열 팬의 말이다.

‘더 킹’을 넘어 다음 행보는…

다시 ‘더 킹’으로 돌아가 보자. 최두일은 류준열의 연기에 대한 찬사와 함께 아쉬움 어린 평가를 나란히 이끌어 낸 역할이었다. 일부에서는 ‘쟁쟁한 선배 배우들 사이에서 기량을 100% 발휘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 더 강렬한 에너지를 보여 줬어야 했는데 아쉽다’는 평도 있었다. 반면 ‘류준열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호평도 적잖았다. 이것으로 배우 류준열의 가능성을 속단하기는 이르다.

사진=전소윤(STUDIO 706)

사진=전소윤(STUDIO 706)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팬”이라 밝힌 그는 “동료들과 함께 영화를 찍으며 호흡하는 과정 자체에 감사함을 느낀다”고 자주 말한다. 그의 다음 행보를 기대해 보자. ‘택시운전사’(후반 작업 중, 장훈 감독) ‘침묵’(촬영 중, 정지우 감독) ‘리틀 포레스트’(촬영 중, 임순례 감독). 세 작품 모두 비중 있는 조연으로 출연한다. 주연과 조연을 넘나들며 다양한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맡는 것. 이것이야말로 류준열이 자기 리듬에 맞춰 연기 자장을 넓히는 방식이며, 그의 작품을 기다리게 만드는 이유가 아닐까.

글=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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