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온 담긴 손편지 9000통 띄워드렸죠 … 진심은 통하잖아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조아름 손편지제작소 대표

대학 3년 때 친구들과 창업
손편지 대행 서비스
어르신들 펜팔 연결
매주 글쓰기 수업도 진행

조아름(26·사진) 손편지제작소 대표는 “손으로 전하는 진심은 언제나 통한다”고 믿는다. 우리 사회를 좀 더 따뜻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도구로 손편지를 선택한 이유다. 2014년 소셜벤처로 출발한 ‘손편지제작소’는 지난해 고용노동부로부터 예비사회적기업 지정을 받았다. 손편지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연중기획 매력시민 세상을 바꾸는 컬처디자이너

조씨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오랜 꿈을 갖고 있었다. 그는 상고를 졸업한 뒤 곧바로 무역회사에 취업했다. 열아홉 살 때였다. “1년가량 근무하면서 거래처와의 갑을 관계, 부적절한 술자리 분위기 등 여러 부조리한 상황을 겪었다”고 말했다. “삶의 방향을 제대로 잡기 위한 정보를 얻어보자”는 생각에 또래보다 3년 늦게 대학(한신대 경영학과)에 진학했고, 대학 3학년 때 친구 네 명과 함께 소셜벤처 창업을 도모했다.

“거창한 일로 사회를 바꾸기엔 경험과 자원이 너무 부족했어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해보자고 뜻을 모았죠. 과거 우리 스스로의 문제들이 어떻게 해결됐나 돌아봤습니다.”

사춘기 방황하던 시절, 그는 친언니가 보내준 손편지 덕에 마음을 잡을 수 있었다. 그 기억을 되살려 손편지제작소를 만들었다. 제작소의 사업 목표는 ‘손편지 문화 확산’이다. “손편지로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 단절된 관계를 회복시키자”는 것이다.

먼저 손편지 대행 서비스를 시작했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돈을 모아 세월호 유가족, 영화 ‘귀향’의 배우·스태프 등에게 손편지를 보내는 이벤트도 벌였다. 기업들이 고객 관리 차원에서 손편지 쓰기 대행을 의뢰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동안 손편지제작소에서 대신 보낸 편지는 9000여 통에 이른다. 고객이 의뢰한 편지 내용을 손글씨로 옮겨 적는 ‘레터 라이터’란 일자리도 만들어졌다. 편지 한 장을 쓰는 데 700원씩 보수를 지급한다.

손편지 쓰기를 통해 감정 표현을 체험하는 ‘레터 테라피’, 인간관계를 손편지로 풀어가는 ‘레터 살롱’ 등 정서 회복 프로그램도 개발·보급한다. 알록달록 그림을 그려넣은 수제 편지지도 만들어 팔고, 지난해 10월부터는 서울 신월1동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노노펜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어르신들을 펜팔 친구로 연결시켜 드리고, 매주 한 번씩 글쓰기 수업을 진행한다. 취미활동과 소통 프로그램으로 효과가 크다”고 소개했다.

손편지제작소의 지난해 매출은 5000만원 정도다. 1명인 직원 인건비를 겨우 충당하는 금액이다. “올해 목표는 1억원”이라며 “손편지처럼 느리지만 차곡차곡 성장해 손편지의 가치를 오랫동안 지키는 회사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글=이지영 jylee@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