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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척'하는 건 싫다, 색다른 연기에 희열 느낀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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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축하해요.” 공교롭게도 ‘더 큐어’(2월 15일 개봉, 고어 버빈스키 감독)의 주연 배우 데인 드한(31)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한 2월 6일(미국 현지 시간)은 그의 생일이었다. 먼저 생일 축하 인사를 건네자, 수화기 너머에서 “한국 팬들로부터 축하를 많이 받았다. 고맙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드한이 가장 많이 사용한 말은 “Super excited(매우 흥분됐다)!”였다. 그의 목소리만으로도 ‘더 큐어’에서 록하트를 연기하며 느낀 희열이 그대로 전해졌다. 드한 특유의 나른한 중저음 목소리를 지면으로 전할 수 없다는 게 그저 아쉬울 뿐이다.

'더 큐어' 데인 드한 인터뷰

‘더 큐어’는 미스터리·스릴러·공포 등 복합적 요소가 가득한 영화다. 고어 버빈스키 감독은 음산한 분위기와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로, 온 신경을 파고드는 스릴의 향연을 선사한다. 극의 내용은 이렇다. 젊은 나이에 초고속 승진 가도를 달리는 야심 많은 증권사 임원 록하트. 그는 의문의 편지를 남기고 떠난 CEO를 찾아 스위스 알프스산맥에 자리한 웰니스 센터로 향한다. 그러나 CEO와 엇갈리는 상황이 이어지고, 록하트는 웰니스 센터의 비밀스러운 치료법에 의문을 갖기 시작한다.

드한이 연기한 록하트는, 성공에 대해 광(狂)적으로 집착하는 지독한 워커홀릭이다.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기존의 소년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한층 성숙해진 연기를 선보인다. 시나리오에 대한 소감을 묻자, 드한은 “굉장히 설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더 큐어’를 통해 독창적이고 색다른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은 갈증을 풀었다”며, “극 중에서 큰 변화를 겪는 록하트를 연기하며 희열을 느꼈다”고 말했다.

버빈스키 감독은 드한을 캐스팅한 이유로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2013, 데릭 시엔프랜스 감독)에서 드한을 처음 봤다. 성실하고 포토제닉하며 진실해 보이는 배우라 관심을 두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드한의 연기 신조가 ‘척하지 말고, 진짜로 해라’라고 하더라. 그는 성실하고 프로다운 직업 의식을 가진 배우이며, 진솔한 성품까지 갖춘 훌륭한 파트너다.” 버빈스키 감독의 말이다. “버빈스키 감독이 당신을 굉장히 신뢰하는 것 같다”고 하자, 드한은 “버빈스키 감독은 촬영 현장에서 천재적인 연출력을 보여 줬다. 정말 훌륭한 감독이며, 믿고 의지할 수 있는 파트너였다”고 답했다.

이번 영화에서 드한은 자신의 신조대로 ‘척하지 않은’ 진짜 ‘생고생’을 담당한다. 극 중에서 그는 부러진 오른쪽 다리에 깁스하고 목발을 짚은 채 웰니스 센터를 누비고, 물탱크 안에 갇혀 죽을 고비를 넘긴다. 고생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드한은 “정신적·육체적으로 굉장히 힘들었다. 그중 물탱크 안에 들어가는 장면이 가장 힘들었다”며, “물탱크 장면은 2주가량 촬영했는데, 물속에서 묶인 채 오랜 시간 촬영하는 게 쉽지 않더라. 그런데도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당시엔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이런 도전을 했다는 것 자체가 나 자신에게 큰 의미다. 모든 게 행복한 기억으로 남았다.”

드한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단어가 있다. 바로 ‘퇴폐미’다. 타고난 다크서클은 묘하게 섹시하고, 불안하고 유약한 얼굴은 보는 사람을 홀린다. 또한 그는 우연히 초능력을 얻게 된 뒤 포악하게 변해 가는 소년(‘크로니클’(2012, 조시 트랭크 감독)), 치명적 매력을 발산하는 나쁜 남자(‘킬 유어 달링’(2013, 존 크로키다스 감독)), 어딘가 위태로워 보이는 악당(‘어메이징 스파이더맨2’(2014, 마크 웹 감독)) 등 선과 악을 교묘하게 넘나드는 얼굴을 연기할 때 매력이 극대화되는 배우다. 드한은 “나와 전혀 다른 성격의 인물을 연기할 때 가장 짜릿하다”며 “평소 내 삶은 지루한 편이다. 하지만 연기하는 순간만큼은 전혀 다른 세상에 사는 기분이 든다. 배우라는 직업이 좋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 드한이 먼저 “한국에 방문해 팬들을 만나고 싶다”는 인사를 남겼다. “한국에 나를 좋아해 주는 팬이 많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과분한 사랑을 보내 주는 한국 팬들에게 정말 고맙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사진=이십세기폭스 코리아

욕망만 쫓는 삶에 대한 경고

고어 버빈스키 감독

‘더 큐어’에서 독특한 비주얼과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를 펼친 고어 버빈스키 감독.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웰빙과 탐욕, 권력 같은 과시적 요소의 의미를 살펴보고, ‘의미 있는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더 큐어’는 어디에서 영감을 얻었나.
“(공동 각본을 맡은) 저스틴 헤이시와 이야기를 나누다, 쉼터이자 요양원인 웰니스 센터를 떠올렸다. 그리고 ‘이런 곳에 오는 사람은 누구이며, 그들의 병은 무엇일까?’로 점차 생각을 확장했다. 아마도 웰니스 센터는 성공을 위해 악착같이 달렸던 이들이 삶에 염증을 느끼고 찾아오는 도피처 같은 곳 아닐까. 건강해지고 싶다는 욕망을 노리는 웰니스 산업은 늘 존재한다. 사실은 그 치료법이 병 자체보다 끔찍해도 말이다.”
웰니스 센터가 의미하는 상징이 흥미롭다.
“성공만 바라보고 악착같이 살아온 사람이라면, 몸이든 마음이든 질병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웰니스 센터는 그들에게 진단을 내리고, ‘로터스 이터(Lotus Eater·‘연꽃 먹는 사람’이란 뜻으로, 걱정을 잊은 채 무위도식하는 이를 가리키는 말)’처럼 사는 치료법을 제시한다. 그래서 이곳에 들어온 이상, 떠나려는 사람은 없다. 현실과 점점 멀어지더라도 말이다.”
음악이 극에 불안한 분위기와 공포를 더해 준다.
“작곡가 벤저민 월피시가 전염성 있는 멜로디를 완성한 덕분이다. 이 영화의 음악은 때로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세이렌(seiren·여자의 얼굴과 새의 몸을 가진 요정. 노랫소리로 뱃사람을 유혹하고 배를 침몰시켰다고 한다)의 위험한 노래처럼, 때로는 자장가처럼 변주돼 들리기도 한다. 마치 꿈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준다고 할까.”
이 영화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다면.
“가끔은 하던 걸 멈추고 하늘과 별을 바라보자. 쳇바퀴 돌듯 살다가 내일 당장 죽을 수도 있지 않나. 한 번쯤은 ‘내가 인생을 잘 살고 있나’ 돌아봐야 한다. ‘더 큐어’는 내가 지금 살아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묻는 영화다. 답을 제시해 주진 않지만, 잠깐이라도 멈춰서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주는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

※영화사에서 제공받은 인터뷰 자료를 재구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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