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타는 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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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옛날 중국에 「염수」라는 물과「탐천」이라는 샘이 있었다. 염수는 염양강으로 현재 소하강에 있는 물을 말한다. 그런데 사람이 이 염수를 마시면 저절로 청렴하고 겸손해진다고 한다.
이와 반대로 광동성남해현에는 탐천이라는 샘물이 있었는데, 이 물을 마시면 사람의 마음이 탐욕스러워졌다. 그래서 이곳에 부임해 온 관리는 언제나 부정축재로 백성을 울려 진나라 조정에서는 골머리를 앓았다.
한번은 오은지라는 청렴한 관리가 이곳에 부임해와 탕천물을 마시고 그 자리에서 시를 써 맹세했다. 백이와 숙제같은 이가 이물을 마셨다면 끝까지 변심 안했을 것이라고….
그는 선정을 베풀고 돌아오는 길에 아내가 심향 한개를 몰래 간직한 것을 보고 빼앗아 강물에 던졌다. 그 이후 탐천의 물도 염수로 바뀌었다고 전한다.
우리나라에도 청렴, 근검한 선비들의 일화는 적지 않다.
세종때의 정승 맹사성은 청백리로 유명한 분이다. 그 맹정승이 언젠가 성묘차 온양행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연도 두 고을 군수가 장호원에 모여 큰 길을 쓸고 잡인의 왕래를 금했다. 그리고 맹정승의 행차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한나절이 되어도 맹정승의 행차는 보이지 않고 웬 갓 쓴 늙은이 하나가 소를 타고 어린이를 딸린채 지나가고 있었다. 사령이 달려가 앞을 막고『무엄하구나. 썩 비키지 못할까』하고 호령했다.
그러자 맹정승은 소에 탄채 『그렇게 성내지 말고 온양 맹고불(맹사성의 아호)이 지나가더라고 말하게』하고는 유유히 사라졌다.
이 말을 전해 듣고 혼비백산한 한 군수가 관인을 떨어뜨려 언덕 밑 못속에 들어갔다. 뒷사람들이 그 못을 인심연이라 부르며 맹정승의 청렴을 두고두고 기렸다.
최근국내의 한 대학재단을 인수한 재일교포 부자가 평소 자가용 승용차도 없이 전철을 이용하고 있다하여 화제다. 자신에겐 관대하고 남에겐 더없이 인색한 요즘 우리네 생활의식으로 보면「구두쇠」라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근검절약이 부자가 되는 첫걸음이라는 교훈을 다시금 확인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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