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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미국 굉장히 격앙” … 사드 배치 앞당길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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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도발이 대북 압박 수준을 높이는 나비효과로 이어질 전망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14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 북한 문제를 매우 강하게 다룰 것이라고 선언한 것처럼 북한의 도발에 미국이 굉장히 격앙돼 있다”며 “미·일 정상이 만나는 중에 일어난 일이라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도 매우 분개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은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 들어 첫 도발을 핵이 아닌 미사일로 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은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게임 체인저( 판도를 뒤바꾸는 중요한 요소)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북 IRBM 도발에 미 압박 명분
세컨더리 보이콧 가능성도 커져

곧바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시기를 앞당길 것이란 게 외교가의 지배적 관측이다. 중거리 미사일을 고각으로 발사할 경우 사드로 방어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에서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사드 배치 문제를 매듭지으려던 한국과 미국엔 북한의 도발이 오히려 호재로 작용한 셈이다.

미국이 칼집 속에만 넣어두고 있었던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을 실제 휘두를 가능성도 커졌다. 제재를 위반한 당사자에게 벌을 주는 프라이머리 제재와 달리 세컨더리 보이콧은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대상과 거래만 해도 제재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미 당국 내부에선 특히 지난해 ‘훙샹 포뮬라(훙샹 공식)’가 효과를 봤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이 북한 조선광선은행과 불법 거래를 해 온 중국 훙샹(鴻祥)산업개발을 제재했고, 중국은 미국과 사법공조를 하는 등 협력하는 태도를 보였다. 외교가 소식통은 “훙샹 이후에 미국이 훙샹과 비슷한 행태를 보인 중국 기업을 하나 더 잡았는데 중국이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조치를 취해 종결됐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미국은 이미 확증 을 잡은 건을 많이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그런 만큼 세컨더리 보이콧 시행은 의지와 결단의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도 “트럼프 대통령이 세컨더리 제재를 쓴다면 오바마 처럼 중국 정부에 미리 알려주는 게 아니라 중국 기업을 바로 칠 것”이라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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