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안개 속의 랠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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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여자배구가 춘추전국시대다. 25일 현재 1위 흥국생명(10승6패)과 4위 현대건설(9승7패)의 승차는 1게임에 불과하다. 도로공사가 9승6패로 2위, KT&G가 9승7패로 현대건설에 승차 없이 3위다. GS칼텍스(2승13패)만 플레이오프 경쟁에서 탈락했고, 5개 팀 중 4개 팀이 한 뼘 안에서 경쟁하는 셈이다. 김명수 도로공사 감독은 "하위권이던 흥국생명이 올해 신흥명문으로 자리 잡으면서 전력이 평준화됐다. 앞으로도 재미있는 경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엔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3개 팀이 일찌감치 결정되었지만 올해는 시즌 중반이 넘어서까지 오리무중이다. 흥국생명 황현주 감독은 "플레이오프 직전에야 3강의 향배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4개 팀이 경쟁을 벌이게 된 건 초반 독주하던 흥국생명은 4라운드에서 1승(3패)만을 거두면서 뒷걸음질했고, 하위권에 머물던 현대건설이 5연승으로 쫓아왔기 때문이다. 김연경.황연주의 후위 공격으로 재미를 봤던 흥국생명의 공격 루트가 상대팀들에 잡히기 시작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류화석 현대건설 감독은 "후위 공격을 당하면 점수(2점)도 크지만 1점을 도둑맞은 것 같은 정신적인 충격이 컸다. 이에 대비해 수비 진영도 다시 갖췄고 블로킹을 강화했으며, 반대로 다른 팀들도 후위 공격의 비중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4개 팀이 모여 있지만 기세는 현대건설 쪽이다. 똑같은 위치라도 뒷걸음질 친 것보다는 앞으로 나온 팀이 심리적으로 유리하다. 기세뿐 아니라 현대는 주포인 한유미가 부상에서 회복했고, 조직력이 안정을 찾고 있다. 도로공사는 4개 팀 중 가장 체력이 강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KT&G는 수비가 강하고 탄탄한 조직력으로 무장했다. 흥국생명은 선수들이 젊어 장기 레이스에서 유리하다. 그러나 4개 팀 감독 모두 "앞길은 모른다"고 말했다. 여자경기는 정말 알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체력이나 실력도 중요하지만 미묘한 심리상태가 승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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