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독자 대선후보 낸다 … 새누리와 연대도 안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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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국정 농단 세력’과는 연대 없다. 새누리당과 당 대 당 통합도 없다. 바른정당은 자체 후보로 대선을 치를 것이다.

심야에 끝난 당 토론회서 결론
“탄핵 기각되면 의원들 총사퇴
인용 땐 새누리 모두 물러나야”

토론회선 김무성 재등판론 거론
김무성 답 없고 유승민 표정 굳어

12일 오후 11시 바른정당 오신환 대변인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당사에서 벌어진 토론회를 마치고 발표한 3개 항의 결론이었다. 이날 바른정당은 현역 의원 32명 중 30명과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참석한 대토론회를 열었다. 대선까지 당 노선을 결정하는 자리였다.

유승민 의원(오른쪽)과 남경필 경기지사가 1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뉴시스]

유승민 의원(오른쪽)과 남경필 경기지사가 1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뉴시스]

창당 20일 만에 이런 토론회가 열린 건 그만큼 당 전체가 느끼는 위기감이 크다는 방증이다.

비공개 토론을 끝낸 뒤 오 대변인은 내용을 브리핑하면서 “바른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어떠한 탄핵 결과에도 승복할 것”이라며 “만약 탄핵이 기각되면 책임을 지고 의원직을 총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반대로 탄핵이 인용되면 탄핵에 반대한 책임정치 차원에서 새누리당 의원들도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과 연대나 통합이 없고, 독자적으로 대선을 완주하겠다는 3개 항의 원칙을 밝혔다. 그간 새누리당과 보수 후보 단일화를 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빚어진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의 갈등 상황에서 단일화 불가를 주장한 남 지사 쪽을 지지하는 의견이 많았다는 뜻이다.

결론에 이르기까진 7시간이 걸렸다.

“먼저 유승민·남경필 후보가 치열한 경선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고 탄핵이 인용되면 그 후 개헌을 통한 연대를 모색해야 한다.”

김무성 의원은 직접 펜을 들고 화이트보드에 이런 내용을 적으며 열변을 토했다. 김 의원은 “이번 대선은 결국 ‘문재인 대 반문재인’ 구도로 갈 가능성이 높은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불출마하면서 우리 쪽 후보를 키울 기회를 놓쳤다”며 “연대를 하더라도 우리 스스로가 힘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일종의 ‘자강론’이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공세로 차별성과 선명성을 높이자”고 주장했다. 김 의원의 의견은 발표문에 포함됐다.

토론회에서 정병국 대표는 “당의 위상이 참혹하기 그지없다”며 “위기를 극복하지 않으면 보수 궤멸을 막을 수 없다는 절박감을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김성태 사무총장은 “보수를 놓고는 새누리당과, 중도를 놓고는 국민의당과 경쟁하는 위치에 있는 우리 당의 이념적 스탠스가 저조한 지지율의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9일 매일경제·MBN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바른정당은 5.8%의 당 지지율을 기록했다. 정의당(6.8%)에도 밀린 것이 의원들에겐 충격적이었다. 10일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지지율 7%로 새누리당(13%)의 절반 수준이었다. 이 조사에서 바른정당의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의 지지율은 3%에 그쳤고 남경필 지사는 지지율이 낮아 발표 대상에서 빠졌다(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비공개 토론 전에 열린 공개 특강 시간에는 황영철 의원이 “당의 위기 극복을 위해 나오는 ‘김무성 재등판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민감한 얘기가 여과 없이 도마에 올랐다. 강연자인 박상병 인하대 초빙교수가 “당시 판단이 잘못됐다고 하면 국민께 사죄하고 재등판하는 게 맞다”고 답하자 김무성 의원은 고개를 들어 박 교수를 봤고 유승민 의원의 표정은 굳었다.

박유미·백민경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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