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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온라인투표 의무화, 이달 국회 통과 유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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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시절 내걸었던 각종 ‘경제민주화’ 공약들이 새롭게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탄핵 정국에서의 선명성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일부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의 국회 통과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경제민주화법 여야 의견 접근
다중대표소송제도 큰 틀엔 합의
재계는 “지주사 체제 위협” 주장

12일 정치권과 경제계 등에 따르면 여야 4당은 지난 9일 회의를 열고 전자투표제 의무화와 다중대표소송제를 규정한 상법 개정안을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전자투표제는 주주가 주주총회장에 참석하지 않고도 인터넷이나 온라인 투표를 통해 투표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2010년 5월에 일찌감치 도입된 제도지만 지금까지는 의무 사항으로 규정하지 않아 이 제도를 도입한 기업이 많지 않았다. 이걸 상장회사의 경우 반드시 도입하도록 한다는 게 전자투표제 의무화다. 대주주의 독단적 경영권 행사를 막고 소액주주의 실질적 의결권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라는 게 의무화 찬성론자들의 의견이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 주주가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의심되는 자회사 임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거나, 자회사에 해당 임원에 대한 소송 제기 요구를 할 수 있는 제도다. 지금은 법원이 인정할 때만 다중대표소송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 도입 찬성론자들은 계열사들을 통한 대기업의 편법 상속이나 부의 증식 등을 막기 위해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여야 4당은 9일 논의 과정에서 전자투표제의 단계적 의무화에 대해 별다른 이견을 보이지 않았고, 다중대표 소송제의 본격적인 도입에도 큰 틀에서는 합의를 했다. 다만 다중대표소송제 적용 대상 자회사의 요건에 대해선 이견을 보이고 있다.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100% 소유한 경우로 한정하자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30%만 보유하면 다중대표소송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 밖에 ▶집중투표제▶감사위원 분리선임▶소액주주 등에 사외이사 선임권 부여▶기업 인적분할시 자사주에 대한 신주 배정 금지 등도 합의는 되지 않았지만 정치권의 논의 선상에 올라 있다. 집중투표제는 2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소액주주들이 1명에게만 의결권을 몰아줘서 그의 당선 확률을 높이는 제도다. 이 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대주주의 의사에 부합하지 않는 소액주주 측 이사가 이사회에 포진하는 것도 가능해질 수 있다. 감사위원 분리선임은 일반 이사와 감사위원을 별도로 뽑도록 하는 제도로, 감사위원 선임에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게 핵심이다.

이에 대해 재계는 펄쩍 뛰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12일 ‘상법개정안의 다섯 가지 쟁점에 대한 검토의견’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내고 “상법 개정안은 득보다 실이 크다”고 주장했다. 한경연은 “지금도 전 세계 국가 중 한국의 다중대표소송제가 가장 강력한데 이를 더 강화하면 지주회사 체제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연은 또 “감사위원 분리선임,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은 대주주 의결권을 크게 제한하는데 반해 외국계 투기자본에 의해 악용될 소지가 크다”며 "한국이 해외투기자본의 놀이터로 전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상법개정안에 대한 경제계 의견’ 자료를 통해 “일률적이고 강제적인 기업지배구조 개혁은 시장경제의 기본원칙을 훼손할 뿐 아니라 자칫 기업을 모두 죽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도 10일 열린 한국경영자총협회 연찬회에서 “상법 개정안 통과시 외국 헤지펀드들의 공격에 의한 국부유출이 우려된다”며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기업 지배구조를 이런 식으로 가져가서야 되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세종=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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