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체질·증상 맞춤형 복합한약, 면역력 높여 폐·심장 기능 회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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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의학은 증상을 중심으로 치료한다. 가래가 심하면 삭혀서 없애고, 열이 나면 해열제를 먹는 식이다. 한의학의 개념은 다르다. 신체 회복력을 끌어올려 병을 다스린다. 약이 직접 병을 고치기보다 내 몸이 나를 치료하게 한다. 완치가 어려운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천식 같은 호흡기 질환 치료에도 한의학은 효과적이다. 특히 기존 한약을 개선한 맞춤형 복합한약 치료가 주목 받고 있다. 개인의 체질에 따라 맞춤형으로 처방하는 것은 물론 폐와 심장을 동시에 회복시켜 치료기간을 줄인다. 영동한의원 김남선 원장의 노하우다.

한방에 길이 있다 영동한의원

김남선 원장이 심장·폐 기능을 동시에 회복하는 복합한약을 조제하고 있다. 신이화·녹용 등 약성이 뛰어난 한약재를 추가해 치료 효과를 높였다. 프리랜서 김우정

김남선 원장이 심장·폐 기능을 동시에 회복하는 복합한약을 조제하고 있다. 신이화·녹용 등 약성이 뛰어난 한약재를 추가해 치료 효과를 높였다. 프리랜서 김우정

한방에서는 폐가 병들면 생명 에너지인 기(氣)가 모자라서 생긴다고 본다. 영동한의원 김남선 원장은 “폐는 기를 생산·저장하는 창고”라며 “기가 부족하면 활력이 떨어져 피로감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고 가볍게 넘기기 쉽지만 결과는 치명적이다. 코·기관지·폐로 이어지는 호흡기가 서서히 망가진다. 어느 순간 숨을 쉬는 게 어려워진다. 마치 빨대로 숨을 쉬는 듯 답답해진다. COPD·천식 같은 폐질환을 앓을 가능성이 커진다.

'기 창고' 폐 약해지면 심장 위험

신체 균형이 깨지는 것도 폐 건강을 위협한다. 오장육부는 음양오행의 질서에 따라 영향을 주고받는다. 폐·심장·간·비장·콩팥 중에서 어느 한 부분이 과하거나 부족하면 건강에 문제가 생긴다. 폐는 특히 콩팥·심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김 원장은 “콩팥이 불순물(수독)을 걸러주지 못하면 기를 생산하는 폐 본래 기능을 못한다”고 말했다. 폐가 약해지면 그 다음 차례는 심장이다. 심장과 폐는 부부 같은 관계다. 김 원장은 “폐가 약해지면 폐에서 만들어진 기 에너지가 심장으로 충분히 전달되지 않아 온몸으로 혈액을 제대로 뿜어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선천적으로 폐가 약한 태음인이 고혈압 같은 심혈관질환에 주의해야 하는 이유다.

폐·심장·콩팥에 좋은 각종 약재
기존 소청룡탕·공심단에 첨가
COPD 등 질환 치료 효능 향상

한방 치료는 면역력 회복에 초첨을 맞춘다. 영동한의원에서는 복합한약(김씨녹용영동탕+김씨공심단)을 근간으로 치료한다. 이곳에서 치료를 받은 이창우(71·경기도 광명시)씨도 복합한약으로 심폐기능을 회복했다. 그는 40년 동안 하루 두 갑씩 담배를 피웠다. 기침·가래가 심했고 이유 없이 피곤했다. 식욕도 사라져 1년 새 14㎏이나 빠졌다. 그의 폐 기능은 정상인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지인의 권유로 한방 치료를 시작했다. 김 원장은 “복합한약을 7개월 동안 복용하자 심폐기능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했다”고 말했다. 이씨가 처방 받은 복합한약은 기존의 치료법에서 한 단계 개선한 영동한의원만의 독창적인 한약 처방법이다.

김씨녹용영동탕은 호흡기 치료에 효과적인 소청룡탕(小靑龍湯)을 기본으로 신이화·녹용·녹각·금은화·홍화자·토사자·우슬·속단 등 35가지 약물을 추가했다. 신이화는 기관지를 확장하고 폐의 염증을 가라앉힌다. 녹용·녹각은 판토크린 성분이 풍부해 피를 만드는 조혈작용이 뛰어나다. 새싹을 심듯 약해진 폐포에 면역력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김씨공심단은 심장과 콩팥의 기능을 보완한다. 폐의 부담을 덜어줘 우회적으로 폐 면역력 회복을 돕는다. 기존 공심단에 심혈관과 콩팥을 강화하는 한약재인 사향·우황·침향·산수유·당귀 등을 첨가해 약효를 높였다. 환약 표면은 얇은 금박으로 감싸 약효가 변질되지 않도록 했다.

세계 통합의학계, 치료효과 주목

김 원장이 개발한 복합한약의 치료 효과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폐·기관지의 면역력을 높여 본래의 상태로 회복한다. 기침·가래 같은 신체적 증상이 자연스럽게 가라앉는 효과도 있다.

둘째는 신체 균형이 깨진 폐와 심장을 동시에 보완해 폐질환을 치료한다. 김 원장은 “폐와 심장을 동시에 치료하면 치료기간을 절반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호흡기 한약(김씨녹용영동탕)만 복용한다면 치료기간이 1년가량 소요된다. 반면에 복합한약은 이 기간을 6~7개월로 줄인다. 처방은 환자의 체질과 증상에 맞춰 한약재 용량을 가감한다. 같은 약이라도 사람마다 효과가 다르기 때문이다.

세계 통합의학계도 복합한약의 치료 효과에 주목한다. COPD를 앓고 있으면서 심장이 약한 환자 20명을 대상으로 7개월 동안 복합한약을 복용하도록 한 연구결과에서 잘 드러난다. 복합한약 복용 후 기침·가래·호흡곤란·가슴통증·무기력감 등 주요 호흡기 증상에 대한 호전도를 조사한 결과, 증상이 완전히 없어졌을 때를 10점으로 했을 때 ▶기침 8.6점 ▶가래 7.8점 ▶호흡곤란 7.7점 ▶가슴통증 5.0점 ▶무기력감 9.4점으로 호전됐다.

이 연구결과는 오는 23~25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세계통합의학 심포지엄에서도 발표된다. 김 원장은 “한의학의 우수성과 맞춤형 복합한약의 효과를 인정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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