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조 가볍게 넘긴 카카오, 속은 허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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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카카오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연 매출 1조원 고지를 넘었다. 1년 전보다 57.1% 늘어난 1조4642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이다. 영업이익은 1161억원으로 전년보다 31.1% 증가했다.

매출 신장의 일등 공신은 콘텐트다. ‘게임’이 끌고 ‘음악’이 밀며 실적을 견인했다. 지난해 카카오의 게임 매출은 3203억원으로 전년 대비 37.8% 늘었다. 메신저 카카오톡 등을 활용한 모바일 게임으로 2058억원, PC 온라인 게임으로 1145억원을 챙겼다. 이중 4분기에 거둬들인 매출만 2215억원이다. 카카오 측은 “새로 선보인 ‘프렌즈팝콘’ ‘쿵푸팬더3’ ‘데스티니차일드’ 등 모바일 게임이 흥행에 성공했고, ‘검은사막’ ‘에오스’ 등 유통을 맡았던 PC 온라인 게임이 인기를 끌며 4분기 게임 매출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음악·게임 덕 작년 외형 57% 성장
광고실적 부진, 영업이익률은 후진

공 들인 O2O서비스 아직 성과 미미
상반기 선보일 맞춤형 광고에 기대

‘멜론 효과’도 톡톡히 봤다. 카카오는 지난해 3월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며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을 품에 안았다. 카카오의 지난해 음악 매출은 2963억원으로 1년 전 154억원에서 1824.7%나 뛰었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수익성의 지표가 되는 영업이익률(매출 대비 영업이익)은 7.9%로 전년에 비해 1.6%포인트 줄었다. 두 자릿수를 훌쩍 넘긴 네이버의 영업이익률(27.3%)과 크게 대비된다. 우선 인터넷 기업의 주된 수입원인 광고 실적이 부진했다. 지난해 카카오의 광고 매출은 53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감소했다. 네이버의 연간 광고 매출 2조9670억원과 5배 가량 차이가 난다. 페이스북의 경우 광고 매출이 전체 수입의 90%, 네이버의 경우 70%를 차지하지만 카카오의 경우 30%를 밑돈다.

게다가 공들여온 O2O(Online to Offline·온라인 연계 오프라인) 서비스에서 큰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카카오드라이버’,‘카카오헤어샵’ 등의 신규 O2O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아직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로엔 등 자회사의 실적을 제외한 카카오 자체의 매출은 8612억원, 영업이익은 709억원으로 오히려 1년 전보다 각각 0.1%, 41.1% 줄었다.

카카오 측은 올 상반기 빅데이터 기반의 새로운 맞춤형 광고 상품을 출시하면 광고 수익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개인 간 의사 소통 도구인 카카오톡을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사업자와의 연결 고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는 9일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카카오톡은 사용자들의 일상 생활 수요를 충족하도록 진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카카오는 4월 피자·치킨·햄버거 등 20여 개 브랜드의 배달 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 ‘장보기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카카오 측은 “소상공인의 배달을 대행하는 기존 배달 애플리케이션과 달리 프랜차이즈 음식점의 주문을 중계하는 것”이라며 “지난해 7월 지분 20%를 확보한 ‘씨엔티테크’의 기술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 1일 초기 자본 200억원 규모로 설립한 인공지능(AI) 기술 전문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을 중심으로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임 대표는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 카카오브레인을 진두지휘할 예정”이라며 “2분기 중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는 지난해 임 대표 취임 이후 O2O 사업을 강조해왔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면서 “올해 플랫폼으로서의 가치를 제대로 보여줘야 현재 5조원대의 머물고 있는 시가총액이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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