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만 안 부러지면 OK? 러시아 가정폭력 처벌 완화법 논란

중앙일보

입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이 가정폭력 처벌을 완화하는 법안에 서명했다고 영국 가디언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러시아에선 배우자나 자녀에게 1년에 1회만 폭력을 행사하고, 그 결과 뼈는 부러지지 않고 멍이 들거나 피가 났다면 15일 구류나 벌금 처분을 받는다. 기존 법에서 가정폭력은 최대 2년형을 선고받는 범죄였다.

여성단체들은 즉각 거세게 반발했다. “40분마다 여성 1명이 가정폭력으로 사망하는 상황에서 이같은 법은 국민들에게 (때려도 된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처벌 완화를 옹호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법안에 찬성한 올가 바탈리나 의원은 “당연히 때리는 것은 안된다. 문제는 어떻게 처벌하느냐에 관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가정폭력 처벌 완화법을 통해 폭력을 가한 가족이 타인보다 더 가혹한 처벌을 받는 터무니 없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종교계에선 러시아의 전통을 거론했다. 러시아정교회에서 가정문제를 담당하는 드미트리 스미르노프 사제는 TV에 출연해 “가정 문제에 국가가 관여할 수 있다는 건 서구의 관습”이라고 주장했다. 지난주 타블로이드 신문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의 과학 섹션엔 ‘아내를 때리는 것의 이점’을 생물학적으로 분석한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현재 러시아에선 법안을 되돌리기 위한 서명운동이 진행 중이다. 30만 명 넘게 서명에 참여했으며, 온라인에선 ‘#Iamnotscaredtospeak(이야기하는 것이 두렵지 않다)’는 해시태그를 공유하는 반대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