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전 노조간부 집 화장실에서 현금 4억원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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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검찰이 한국GM 전 노조간부 집을 압수수색하던 중 화장실 천장에서 발견한 돈뭉치. [사진 인천지검]

검찰이 한국GM 전 노조간부 집을 압수수색하던 중 화장실 천장에서 발견한 돈뭉치. [사진 인천지검]

지난해 5월 금속노조 한국GM의 전 노조지부장 정모(55)씨 집을 압수수색하던 검찰 수사관들은 화장실 천장을 살펴보다 깜짝 놀랐다. 랩으로 감싼 돈뭉치 4억원이 나온 것이다. 정씨의 차 트렁크에서도 현금 5000만원이 발견됐다. 그는 납품업체들로부터 5억6000만원의 뒷돈을 받고 하청업체 직원 3명에게서 정규직 전환·채용 대가로 2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구속 기소됐다.

검찰, 채용비리 전·현 간부 17명 기소
돈 받고 4년간 123명 부정 입사시켜

한국GM 채용 비리에 연루된 회사 임원과 노조 핵심 간부 등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GM 부평공장에 채용된 생산직 직원 346명 중 35.5%인 123명이 부정 입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지검 특수부(김형근 부장검사)는 업무방해 등 혐의로 노사 부문 전 부사장 전모(58)씨 등 한국GM 전·현직 임원과 간부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또 근로기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정씨 등 전·현직 노조 간부 17명을 붙잡아 9명을 구속 기소하고 나머지를 불구속·약식 기소했다. 이들에게 금품을 건넸다고 자수한 42명은 입건유예 처분했다. 전씨 등 한국GM 전·현직 임원들은 2012년 5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하청업체 직원을 생산직 정규 직원으로 채용하면서 노조가 건넨 명단에 있는 이들의 서류전형·면접 점수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부정 합격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 등 노조 간부들은 2012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채용 브로커로 활동하며 400만원에서 최고 3억3000만원을 받고 하청업체 직원들을 한국GM의 정규직으로 전환해 준 혐의를 받고 있다. 채용 비리와 관련된 11억5200만원 중 75.7%인 8억7300만원을 노조 간부들이 챙겼다.

이들 중 노조지부장 등을 역임한 이모(51)씨는 2014년부터 2015년까지 7명에게서 1억38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한국GM에서 생산직 직원으로 근무하는 이씨의 형(58·구속 기소)도 노조 간부로 활동하는 동생을 등에 업고 채용 브로커로 활동하면서 2명에게서 1억300만원을 받아 챙겼다. 그래서 직원들은 이씨의 형을 ‘직원 채용 전문 브로커’라고 불렀다고 한다. 취업 희망자들은 정규직 전환 대가로 1인당 2000만원에서 최고 7500만원을 노조 간부 등에게 줬다. 일부 하청업체 직원은 뒷돈을 마련하기 위해 사채를 쓰고 노모의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친인척에게 빌렸다고 한다. 금품을 주고 입사한 한 직원은 검찰에서 “하청업체에서 10년간 일하면서 지난 8년 동안 한국GM 정규직 채용에 지원했다. 주변에서 ‘성실하다’고 평가했고 준비도 열심히 했는데 서류전형도 통과하지 못했다”며 “그런데 브로커에게 돈을 주자 정규직으로 바로 입사할 수 있었다”고 진술했다. 검찰 관계자는 “노조 간부와 회사의 노사 부문이 결탁해 채용 비리를 저지르면서 정상적으로 채용시험에 응시했던 근로자 상당수가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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