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주선하고 연애 코치까지 … 결혼시키는 게 업무인 공무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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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전국에서 유일하게 대구 달서구청에 있는 결혼장려팀. 결혼 시키기가 주 업무다. 결혼장려팀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하트 모양의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 대구 달서구청]

전국에서 유일하게 대구 달서구청에 있는 결혼장려팀. 결혼 시키기가 주 업무다. 결혼장려팀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하트 모양의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 대구 달서구청]

“잘 만나고 계시죠? 꼭 결혼 성공하셔요.”

대구 달서구청 ‘결혼장려팀’
저출산 극복 위한 구청장 아이디어
작년 7월 전국 최초로 전담팀 구성
올해도 ‘직팅’ 등 다양한 만남 진행
다른 지자체 벤치마킹 문의도 쇄도

“네. 저희 예쁜 사랑 계속하는 중입니다.”

결혼정보업체 직원이 소개팅을 시켜준 연인에게 한 말이 아니다. 구청 공무원이 지역에 사는 연인에게 건넨 안부다. 대구 달서구청 6층에 가면 ‘결혼장려팀’이라는 팻말이 보인다. 일시적으로 꾸려졌다가 사라지는 TF팀이 아니라 총무과·청소과·환경과 같은 구청의 한 부서다. 결혼장려팀의 업무는 처녀·총각 결혼시키기. 연인들의 안부를 문자나 전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수시로 물어보는 이유다. 결혼이 업무인 부서답게 지난달 구청 과별 업무 성과 보고에서도 이 팀은 ‘세금을 얼마나 절약했다’ ‘여권을 몇 장 발급했다’가 아니라 ‘처녀·총각 만남을 주선해 7쌍의 연인을 만들었다’는 점을 내세웠다. 지난해 7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대구 달서구청의 결혼장려팀. 이 팀이 새해 본격적인 ‘처녀·총각 결혼시키기’ 사업을 시작한다.

우선 4월 달서구에 직장을 둔 20~30대 처녀·총각을 불러 애정촌이라는 이름의 ‘축제’를 연다. 처녀·총각 미팅 축제다. 풍선 터트리기 같은 게임을 하고 커피나 과자를 먹으면서 남녀가 애틋한 감정을 가지도록 만드는 게 축제의 목표다. 5월과 9월엔 ‘썸남썸녀 만남, 지금 달서는 연애중’이라는 주제의 행사를 연다. 20~50대 달서구에 주소를 둔 처녀·총각을 대상으로 한 구청 주관 ‘합동 소개팅’이다. 대학교에서 과별로 하던 ‘과팅’과 비슷한 ‘직팅(직장인 단체 미팅), 만나고 결혼하고’ 행사도 한 달에 한번 이상 연다. 처녀·총각,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데이트 방법, 소개팅 잘하는 법, 남녀 간 예절, 결혼하는 방법 등을 자세히 알려주는 ‘결혼전략 설명회’도 두 달에 한번 이상 진행한다. 김순자(49·행정 6급·여) 결혼장려팀장은 “아예 지난달부턴 결혼정보업체처럼 ‘결혼 원정대’라는 이름으로 처녀·총각 리스트를 만들어 매칭 사업 준비하고 있다”며 “달서구청 홈페이지와 연동되는 신청란을 만들어 상시 회원 등록을 받는 중이다”고 말했다. 결혼장려팀은 이달부턴 요리·사진 등 7가지 주제로 처녀·총각 동아리 회원도 별도로 모집하고 있다.

달서구청의 결혼장려팀은 이태훈 구청장의 아이디어다. 달서구는 국내에서 서울 송파구 다음으로 거주 인구가 많은 지자체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거주 인구는 59만1891명. 송파구는 65만7831명이다. 이렇게 거주 인구가 많다 보니 그만큼 처녀·총각이 많다. 결혼 장려 사업으로 결혼하는 부부가 많아지면 저출산 극복에 도움이 된다. 정착하는 주민 수도 안정적으로 늘어난다. 달서구청 공무원들이 결혼장려팀의 사업을 두고 ‘다다익선(多多益善)’ 사업이라고 부르는 배경이다. 이 구청장은 “지난해 7월부터 연말까지는 사실상 결혼장려팀의 시범 운영 기간이었다”며 “그런데도 청주시청과 경기도청·양평군청 등 저출산 극복이 필요한 지자체의 벤치마킹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처녀·총각 1000명에게 ‘결혼’물어보니=결혼장려팀이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달서구에서 직장을 다니거나 거주 중인 미혼남녀 1000명에게 ‘결혼’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물었다. 그랬더니 403명(40%)이 결혼에 대해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래도 하는 편이 좋겠다”고 답한 응답자(386명·39%)가 다음을 차지했다. ‘꼭 결혼을 해야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149명(15%) 뿐이었다. 결혼장려 사업이 필요한 이유다. 결혼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경제적인 문제 등으로) 결혼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서”라고 말한 응답자가 425명(42%)으로 가장 많았다. “이성을 만날 시간이나 기회가 없어서”(162명·16%)가 뒤를 이었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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