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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 공부] 집중력 떨어질 땐 강의하듯 입으로 소리 내 공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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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면

한영고 2학년 최영민군

서울 한영고 2학년 최영민군이 2일 학교 도서관에서 수학문제를 풀고 있다. 최군은 “수학은 감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하루도 빠짐없이 공부한다”고 말했다.

서울 한영고 2학년 최영민군이 2일 학교 도서관에서 수학문제를 풀고 있다. 최군은 “수학은 감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하루도 빠짐없이 공부한다”고 말했다.

한영고(서울 강동구) 2학년 자연계열 전교 1등 최영민군은 어렸을 때부터 집념이 강했다. 3~4살 때부터 무언가에 관심을 가지면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근성을 보였다.

전교 1등의 책상

외국에 관심이 있을 때엔 세계지도를 놓고 미국·중국·캐나다 등 200개가 넘는 나라 이름을 몽땅 외웠다. 자동차에 빠졌을 때는 지나가는 차의 바퀴만 보고도 차종을 맞힐 정도로 자동차 박사가 됐다. 호기심이 많아 엄마 이희진(46)씨에게 수시로 질문을 던졌고, 궁금증은 꼬리의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최군이 “세계에는 몇 개의 나라가 있느냐”고 물어 이씨가 “200개가 넘는다”고 답하면 국가를 구분하는 기준, 나라에 따라 언어가 다른 이유 등을 연이어 묻곤 했다. 이처럼 호기심과 근성을 갖춘 최군은 학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백지에 공부한 것 써보면 실력 알게 돼
수학은 틀린 문제 표시했다 집중 학습
공부 안 되면 산책, 스트레스 바로 풀어

부족한 면 발견하면 학습량 3~4배 늘려

초등학교 6학년 때만 해도 최군의 학업 성적은 특출한 편이 아니었다. 오히려 부족하다고 느꼈던 면이 많았다고 한다. 최군은 아버지의 직장 때문에 초등학교 1~5학년을 싱가포르에서 보냈다. 한국에 돌아온 6학년 때엔 한글로 된 수학 문제의 뜻을 이해하기 어려웠을 정도로 국어 실력이 부족했다. 문법을 제대로 배우지 않아 영어 시험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그나마 자신 있었던 수학은 남들처럼 선행학습을 하지 않은 상태라 수업 진도만 따라가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군은 중1 첫번째 중간고사에서 전교 2등에 올랐다. 1년 만에 ‘수직 상승’한 비결은 최군의 노력과 효율적인 학습법 덕분이다. 최군은 ‘외국에서 오래 살았으니 어쩔 수 없다’며 포기하는 대신 공부에 전념했다. ‘웬만큼 공부해선 좋은 성적을 받기 어렵다’는 생각에 학습량을 3~4배 늘렸다.

최군은 시험 전에 자신이 공부한 내용을 빈 공책에 적으며 최종 복습한다(위). 문제가 풀리는 속도에 따라 난이도를 표시해 놓은 수학문제집.

최군은 시험 전에 자신이 공부한 내용을 빈 공책에 적으며 최종 복습한다(위). 문제가 풀리는 속도에 따라 난이도를 표시해 놓은 수학문제집.

이 과정에서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을 찾아 실천했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오후 11시부터 공부한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강의하듯이 입으로 소리 내 설명했다. 또 시험 전날에는 빈 종이에 자신이 공부한 내용을 쓰면서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해 나가는 ‘백지 복습법’을 시작했다. 최군은 “시험을 앞두고 아무리 교과서를 여러번 읽어도 부족한 부분이 뭔지 몰랐는데, 빈 종이에 쓰다보니 부족한 부분을 금새 파악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고등학생이 된 지금도 국어·한국사 같은 과목을 공부할 때 활용하고 있다.

중3부터 수학에 집중했다. 최군은 중3 1학기 기말고사 때 국어·영어 등 대부분의 과목에서 다 맞거나 한 문제 정도 틀렸다. 반면 평소 자신 있던 수학은 서술형 문제 2개를 틀려 89점에 그쳤다. 최군은 문제가 어려워 친구들도 오답을 골랐을 거라 여겼지만, 알고보니 95점이 넘은 친구도 있었다.

“고등학교부터 수학이 급격히 어려워진다”는 말을 자주 듣던 최군은 수학에 대한 불안감이 생겼다. 난생 처음 수학 학원에 다니게 된 것도 이 무렵이다. 최군은 중3 2학기 동안 고1에 배우는 수학Ⅰ·Ⅱ와 고2 1학기 때 배우는 미적분Ⅰ, 확률과통계 절반 분량을 끝낼 정도로 진도를 나갔다.

하지만 어느 순간 ‘학원만 다녀서는 남는 게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2 과정 수업을 들으면서 고1 과정 문제를 풀어보면 막힐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최군은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을 늘릴 것을 결심했다. 중3 겨울방학 동안 학원 가는 시간을 빼고 하루 평균 5시간 이상 혼자 수학공부를 했다. ‘수학의 정석’ 수Ⅰ·Ⅱ 과목 기본편과 실력편 등 총 네권을 구매해 기본개념을 꼼꼼히 읽었고, 공식도 직접 증명해 나가면서 기본을 다졌다. 문제를 풀 때는 실력편 예제·유제. 기본편 연습문제, 실력편 연습문제 식으로 난이도를 높여갔다.

노력의 성과는 금방 나타났다. 겨울방학 뒤 학교 친구들이 고등학교 1학년 과정 수학문제를 물어보면 뭐든 답을 할 수 있었다. 한때는 친구가 물어봐도 문제를 풀지 못할까봐 ‘다 잊어버렸다’고 얼버무릴 때도 많았다. 최군은 “중3 1학기 때 수학 시험을 기대만큼 못 봤기 때문에 더 노력하게 됐다. 겨울방학 동안 꼼꼼히 공부해 실력도 키우고 자신감도 되찾았다”고 밝혔다.

수학 문제 4단계로 분류 … 효율적인 복습

고교 진학 이후엔 문제 풀이에 집중하고 있다. 쎈·일품·일등급·블랙라벨 등 시중에 나와 있는 웬만한 문제집을 다 사서 푸는 중이다. 문제 풀이에도 최군 나름의 방법이 있다. 문제의 난이도를 4단계로 분류하는데, 문제를 보자마자 바로 풀리는 쉬운 문제는 제외한다. 5분 정도 고민해야 답이 나오는 문제는 ‘V’자를 하고 처음에 안 풀렸던 문제에 다시 도전했을 때 해결 가능 여부에 따라 별표를 추가한다. 처음엔 못 풀고 넘어갔지만 나중에 다시 봤을 때 풀리면 별 한 개, 다시 도전해도 안 풀리면 별 두 개, 해답지를 보고 이해한 후 다시 봐도 안 풀리면 별 세 개가 된다. 최군은 “이렇게 구분해두면 시험 1~2주 전엔 별 2~3개 문제만 복습하면 된다.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아는 문제와 모르는 문제를 구분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어는 초등학교 때부터 최군의 ‘발목’을 잡았던 과목이다. 고1 때 처음 치른 모의평가에서 수학·영어영역은 100점을 받았는데, 국어는 84점에 그쳤다. 교내 기준 4등급, 전국 기준 3등급이었다. “모의고사를 찾아 푸는 등 나름 노력을 했는데도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자 크게 실망했죠. 노력해도 점수 올리기 힘들다는 생각에 자괴감까지 들었으니까요.”

최군은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학교 국어 교사에게 지문을 분석하는 법, 시간을 분배해 문제를 푸는 법을 배웠다. 문학 파트는 개념어를 정리하면서 기본개념을 익혔다. 시문학을 예로 들면 시적화자의 상황, 정서, 태도, 어조, 대상과의 거리 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파악했다. 문제풀이와 지문 분석에도 공을 들였다. 문제를 풀 때는 실전처럼 한 지문당 3문제는 5분, 4문제는 6분40초로 시간 제한을 뒀고, 지문 분석에 30분 이상을 투자했다. 비문학 지문은 주제를 찾고 문단 별로 요약하는 것은 물론, 지문을 보지 않고도 내용을 줄줄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꼼꼼히 읽었다. 이같은 노력 끝에 지난해 11월 치른 모의평가에서 국어영역 점수가 98점을 기록했다. 교내와 전국기준 모두 1등급이었다.

최군의 비결 중 하나는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는 거다. 점심 시간이나 주말을 이용해 친구들과 농구나 간이축구(풋살)를 하고, 집에서 종종 피아노를 치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수업 외의 학교 생활도 열심히 한다. 지난해 학교 축제에서 최군은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의 ‘불타오르게’를 연습해 무대에 올랐다. “하루 24시간 책상 앞에만 앉아 있는다고 공부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집중력이 떨어졌을 때는 공원 산책이라도 잠깐 하는 게 오히려 도움 되죠. 이왕 하는 공부, 재밌고 즐겁게 하는 게 좋지 않겠어요?”

글=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사진=우상조 기자 woo.sangj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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