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속 장거리 간판 이승훈 "평창 목표는 메달 2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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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29·대한항공)은 명실상부한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간판이다. 2010 밴쿠버 올림픽에서 2개의 메달(1만m 금, 5000m 은)을 따낸 그는 2014 소치 대회에선 팀추월 은메달을 따냈다. 세 번째 올림픽에 나서는 이승훈은 2개 이상의 메달을 따내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올림픽 테스트이벤트인 2017 종목별 세계선수권(9~12일)을 앞둔 이승훈은 "한국 선수단의 목표가 종합 4위다. 그러려면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많은 메달을 따야 한다. 평창에선 네 종목에 출전할 것 같은데 최소 2개의 메달을 따겠다"고 말했다. 장거리가 주종목인 이승훈은 5000m와 1000m, 매스스타트, 팀추월에 나선다. 그 중 이승훈이 메달을 노리는 건 매스스타트와 팀추월이다.

매스스타트는 평창에서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2명의 선수가 인코스와 아웃코스를 번갈아 타는 일반적인 스피드스케이팅과 달리 동시에 여러 명의 선수가 출발해 400m 트랙 16바퀴를 돈다. 이승훈은 "내 주력종목인 매스스타트는 쇼트트랙과 비슷해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할 것 같다"고 말했다. 2010년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이승훈은 매스스타트에서 세계 최고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종목별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했고, 2016-2017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랭킹에서도 1위(262점)에 올라있다.

올림픽이 열리는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도 이승훈의 메달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다. 매스스타트는 인과 아웃 코스를 번갈아 달리는 다른 종목과 달리 웜업존도 활용할 수 있다.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은 웜업존 너비가 5m로 태릉(4m)보다 넓게 만들어졌다. 반원 모양의 코너 반지름도 태릉(22m)보다 짧은 21m다. 쇼트트랙에서 다져진 코너웍이 강점인 이승훈에겐 안성맞춤이다.

이승훈은 "내 장점은 코너에서 상대방을 추월하는 것이다. 코너가 급격하게 느껴지면 쇼트트랙에 익숙한 나로서는 추월할 때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승훈은 이번 세계선수권에 대해 "유럽 선수들의 견제를 헤쳐나가 좋은 위치만 잡고 있다면 충분히 우승할 수 있다. 이번 대회 매스스타트 금메달을 위해 사흘 전까지 쇼트트랙을 집중적으로 훈련했다"고 말했다.

팀 추월도 놓칠 수 없다. 이승훈·주형준(25·동두천시청)·김민석(17·평촌고)으로 구성된 대표팀은 올 시즌 월드컵 랭킹 4위(210점)를 달리고 있다. 이번 세계선수권에선 3위 이내, 삿포로 아시안게임(19~26일)에선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막내 김민석은 "우리 나라에서 열리는 만큼 꼭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소치에서 이승훈과 함께 은메달을 따냈던 주형준은 "이곳(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의 환경이 좋다. 훈련 분위기도 좋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점이 부담이 되진 않을까.

이승훈은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 무대에 선다는 게 영광스럽다. 여기서 잘한다면 팬들에게 더 멋있는 선수로 기억되지 않을까. 힘을 낼 용기를 얻었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부담보다는 많은 응원을 받으며 경기를 할 수 있어서 힘이 날 것 같다. 재미있고 즐겁게 올림픽을 즐기고 싶다"고 미소를 지었다.

강릉=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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