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소득에 달라지는 ADHD 발병 위험…"저소득층서 최대 1.7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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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에 앉아 안절부절 못 하며 몸을 꼼지락거린다. 집중력이 부족해 평소 잔실수를 많이 한다. 자기 차례를 기다리지 못 하고 다른 사람 행동에 참견하고 간섭한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에 걸린 아이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행동들이다. 어릴 때 주로 발병하는 ADHD는 초·중·고교생의 6~8%가 걸릴만큼 흔한 정신적 질환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이 병에 걸릴 확률은 부모의 소득 수준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저소득 가구 아동이 ADHD를 앓을 위험성은 고소득 가구의 최대 1.7배였다. 박은철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팀은 2002~2003년 출생한 아동 1만8029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를 6일 공개했다.

연구팀은 조사 대상이 0~3세일 때 나타난 부모 소득의 변화를 살핀 뒤 10~11세에 ADHD를 앓고 있는 지 확인했다. 아이들은 부모 소득에 따라 저소득층·중하위층·중상위층·고소득층의 4개 그룹으로 나눴다. 그 결과 저소득층·중하위층 아이들이 자라서 ADHD에 걸릴 위험은 각각 중상위층의 1.5배, 1.4배였다. 특히 중상위층에 있다가 저소득층·중하위층으로 떨어진 아이들의 발병 확률은 1.7배로 뛰었다. 박은철 교수는 "짧은 시기에 급격한 변화를 겪은 아이들이 심리적으로 더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소득 아동의 발병 위험을 키운 요인은 양육에 대한 부모의 관심 부족, 가난에 따른 건강 격차 확대 등으로 추정됐다. 박 교수는 "ADHD를 치료하지 못 하면 성인기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저소득 부모를 대신해 학교와 지역사회가 적극적으로 ADHD 발병 아동을 찾아내고 도울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역학저널'(Journal of Eidemiology) 최신호에 실렸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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