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영환의 제대로 읽는 재팬] 도쿄에 지자체 특산품 매장 54곳 … 연 100억원 파는 곳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일본 동북지방의 이와테현이 도쿄 긴자 5번가에 문을 연 안테나숍 ‘이와테 은하 플라자’

일본 동북지방의 이와테현이 도쿄 긴자 5번가에 문을 연 안테나숍 ‘이와테 은하 플라자’

4일 오전 11시 일본 도쿄 중심부인 긴자(銀座) 5번가 건물 1층의 ‘이와테 은하 플라자’. 일본 동북부 이와테(岩手)현 특산품 상설 매장에 30여 명의 손님들이 쇼핑을 하고 있었다. 중국인 관광객도 눈에 띄었다. 240㎡의 매장은 수퍼마켓을 방불케했다. 3000여 품목의 이와테산 농수산가공품·도시락·술·공예품이 비치돼 있었다. 지역 납품 업체는 330곳이 넘는다.

이와테·아오모리·돗토리·도야마 …
긴자·도쿄역 등 번화가에 매장 열어
지방의 맛·매력 알리는 홍보 창구
2020년 도쿄올림픽 맞아 더 늘 듯

매장에서 만난 아마다 에이후(34·도쿄)는 “이와테현은 해산물이 유명해 가끔씩 들르곤 한다”며 “건어물이나 자반 생선을 살까 한다”고 말했다. 60대 부부(도쿄)는 이와테산 성게·연어알·회로 만든 덮밥도시락 2개를 구매했다. 매장 맞은 편의 전통연극 가부키(歌舞伎) 공연장(가부키자)에서 먹을 점심이라고 했다.

이곳의 연간 특산품 구매자는 35만명에 이른다(2015년 4월~2016년 3월 기준). 연간 판매액도 9억2595만엔(약 94억원) 규모다. 현 측은 매장에 지역 업체가 3개월간 물품을 전시하는 ‘챌런지 코너’도 설치했다. 고객의 반응이 좋으면 상설 비치를 하게 된다고 한다.

이와테현 도쿄사무소 니타나이 겐이치(似內憲一) 부부장은 “매장 입지상 가부키 공연을 보러오는 사람과 외국인 관광객이 이와테 출신보다 많다”며 “지난해 말부터는 단기 체류 외국인에게 소비세(8%)를 면제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매장 옆에는 이와테 관광정보 코너, 이벤트 시설, 귀향 상담센터도 마련돼 있다. 이벤트 시설은 현내 기초자치단체와 상공단체가 지역물산전 장소로 이용한다.

이와테 은하 플라자는 일본 광역 지자체가 도쿄 중심부에 설치한 ‘안테나숍’의 하나다. 안테나숍은 내고장의 맛과 매력을 전파하는 홍보탑이자 도쿄와 지방의 가교로 자리 잡고 있다. 지방 출신에겐 향수를 달래게 해주는 거점이기도 하다. 안테나숍 절반 가량은 지역 식자재를 쓰는 식당도 운영한다. 도쿄에서 일본 전국의 맛을 즐길 수 있는 셈이다.

일본 지역활성화센터(재단법인) 최근 발표에 따르면 도쿄에 안테나숍을 낸 광역 지자체는 47곳 가운데 38곳에 이른다. 아오모리(靑森)현 아오모리시와 시가(滋賀)현 나가하마(長浜)시 등 기초단체 안테나숍도 16곳이나 된다. 광역·기초를 합쳐 36곳이었던 2008년에 비해 1.5배 늘어났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맞아 국내외 관광객을 겨냥해 더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도 도야마(富山)·나라(奈良)·나가사키(長崎)현은 두 곳을 갖고 있다.

지자체가 공동으로 안테나숍을 연 케이스도 생겨났다. 동해와 면한 돗토리(鳥取)현과 세토나이카이(瀨戶內海)의 오카야마(岡山)현은 2014년 번화가인 신바시(新橋)역 부근에 공동으로 개점했다. 이웃한 현끼리 재정 부담을 줄여 함께 지역을 홍보하고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이곳에는 지난 2년간 97만명이 다녀가 6억7735억엔의 매출을 올렸다. 돗토리현 후지모토 나츠코(藤本夏子)주사는 “방문자의 약 30%가 고향 출신”이라고 말했다. 두 현의 제철 식자재를 사용하는 양식풍 레스토랑에는 찾는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레스토랑 매출은 전체의 4분의 1이나 된다. 안테나숍 나카야마 나오미(中山尙美)사무국장은 “돗토리와 오카야마의 특산물 출하 시기가 달라 두 현 공동 운영의 시너지 효과가 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테나숍은 도쿄 중심부에 몰려 있다. 긴자와 유라쿠초(有樂町)에 20곳, 도쿄역·니혼바시(日本橋)·간다(神田)에 10곳이 들어서 있다. 하나같이 내외국인이 자주 드나드는 1급 상권이다. 이중에서도 긴자와 유라쿠초는 안테나숍 격전지다. 이와테현과 군마(群馬)현 안테나숍간 거리는 100m에 불과하다.

지자체간 경쟁은 출시품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안테나숍의 평판이 좋아지면서 매출도 상승세다. 지난해 54개 점포의 63%인 34곳이 1억엔 이상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홋카이도(北海道)가 유라쿠초에 낸 안테나숍은 처음으로 매출이 10억엔을 넘어서기도 했다. 안테나숍은 아베 신조(安倍晋三)내각이 내건 지방 창생의 일익도 맡고 있다. 관내 여행권 할인 판매와 귀향 창구 운영으로 지방 활성화에 한몫한다. 지역활성화센터 측은 “안테나숍 80% 이상이 해당 지자체의 인지도를 올리고 특산품의 판로를 넓히는 등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hwas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