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연정이 뭐길래…더민주 ‘대연정 공방’ 점입가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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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사진) 충남지사가 내놓은 ‘대연정’ 한 마디에 진보진영이 들썩이고 있다.

‘연정’(聯政, 연합정권 또는 연립정부)의 사전적 의미는 의원내각제 국가에서 다수당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을 때 다른 정당과 함께 과반수를 채워 구성한 정부를 말한다.

대연정(大聯政)은 여기서 더 나아가 성향·이념이 다른 2개 이상의 정당이 연립 정권을 구성하는 형태다. 국내에선 흔치 않지만 독일에선 종종 있는 일이기도 하다. 쉽게 말해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이 함께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대연정 발언은 지난 2일 나왔다. 안 지사는 이날 아침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대연정을 언급했다. 국회에선 기자들과 만나 “시대적인 과제를 놓고 우리가 좀 더 안정적인 원내의 힘을 모으기 위해서 연정의 파트너를 구해야 된다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새누리당과도 연정하겠다는 거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건 의회의 지도자들과 상의해야 될 문제”라고 전제한 뒤 “우리가 공통의 국가 및 개혁 과제에 합의한다면 구성할 수 있다”고 답했다.

안 지사는 또 “새로운 개혁의 조치에 반하는 연정을 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번 탄핵 과정에서 새누리당 출신들은(의원들은) 국민의 명령에 따라서 가담했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안 지사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경쟁자들은 일제히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먼저 문재인 전 대표는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에도 개별적으로 함께 할 수 있는 국회의원들이 몇 분 있을 수 있지만 당과 당 차원의 연정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의 정체성을 저버리고, 친일독재 부패세력에게 탄핵이 되더라도 살 길이 있다는 구조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며 “대연정 제안을 철회하고 다음 주 토요일 광화문 촛불 앞에 나와 국민께 정중히 사과하라”고 압박했다.

안철수 전 바른정당 대표도 “선거 전에 섣불리 연정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는 게 우려스럽다”며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은 박근혜 정권 실패에 책임이 있는 세력으로 다음 정권을 꿈꾸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 지사는 대연정 제안을 취소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안 지사는 5일 야권의 비판과 관련 “자꾸 곡해들을 한다”며 “누가 대통령이 돼도 의회와 협치해야 한다. 재벌개혁법 하나 통과시키려고 해도 안정적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협치를 위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제안한 대연정은, 그 대상이 새누리당이 될지 바른정당이 될지 누가 될지는 당 대표들이 의회의 안정적 과반을 점하는 과정에서 논의할 주제”라고 말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안 지사 스스로 대연정 제안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며 “대세론을 이어가고 있는 문 전 대표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중도⋅보수층을 흡수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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