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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경상흑자 역대 두번째, 트럼프 경고 환율조작국 위험 ‘한발 더’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가 역대 두 번째 규모를 기록했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누적된 경상수지 흑자는 986억8000만 달러(약 113조원)다. 2015년 1059억4000만 달러와 비교해 소폭 감소했지만 1000억 달러에 육박하는 대규모 흑자를 유지했다. 2015년에 이은 역대 두 번째 규모다.

경상수지는 한 국가가 다른 국가와 상품ㆍ서비스 거래, 투자 등으로 거둔 수입(흑자)와 지출(적자)의 합계를 뜻한다.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서면 국가 전체가 그해 벌어들인 돈이 나간 돈보다 많단 의미다. 한국은 지난해까지 19년 연속 경상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상품 수출입에서 한국은 1204억5000만 달러 흑자를 냈다. 그러나 ‘불황형 흑자(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감소)’의 그늘이 짙어 마냥 좋아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규일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수출이 주는 가운데 수입은 더 큰 폭으로 줄면서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상품 수출로 벌어들인 흑자는 서비스 부문에서 갉아먹었다.

지난해 서비스수지는 176억1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역대 최대 규모 적자다. 서비스 가운데 여행수지에서 94억3000만 달러로 가장 많은 적자가 났다. 한국을 찾는 여행객보다 밖으로 나간 한국인 여행객이 많았던 탓이다. 운송 업황이 좋지 않아 운송수지도 6억3000만 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운송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건 20년 만이다. 세계 무역 거래 둔화에 운송 수요가 적었던 데다 국내 해운업 구조조정 여파도 있었다.

연간 경상수지 흑자가 연이어 1000억 달러 안팎을 기록하면서 경계감도 높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환율 조작국 지정 위험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중국과 독일, 일본을 겨냥해 “환율을 조작한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언급한 건 아니지만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환율 조작국(심층분석국) 전 단계에 해당하는 미 재무부 지정 관찰대상국 명단에 한국은 중국ㆍ일본ㆍ독일ㆍ대만과 함께 올라있다.

미국 정부로부터 제재를 받는 환율 조작국 지정 요건은 크게 세 가지다. ▶미국과의 무역에서 미 국내총생산(GDP) 대비 0.1%(약 200억 달러) 이상 상품수지(수출-수입) 흑자 ▶자국 GDP 대비 3% 이상의 경상수지 흑자 ▶수출에 유리한 자국 통화 절하 방향의 외환 개입 지속 등이다. 한국은 이 세 가지 요건 가운데 앞의 두 가지는 이미 충족한 상태다.

지난해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와 상품수지 흑자를 기록하면서 한국은 트럼프의 ‘환율 전쟁’ 위험에 한층 더 다가서게 됐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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