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신성식의 레츠 고 9988] 사별가구 41%가 최저생계비 못 벌어…기초연금 논의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신성식의 레츠 고 9988’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국내 10가구 중 1가구는 배우자를 여읜 사별가구(207만1159가구, 2015년 기준)다. 그중에서도 남편이 사망한 여성 가구주가 82.6%에 달한다. 경제능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여성들이 가정을 어렵게 꾸리고 있다는 얘기다. 홀로 된 여성이 그나마 기댈 수 있는 데가 국민연금이다. 남편 사망 후 나오는 유족연금이 그것이다. 강모(63)씨는 13년 전 남편이 숨졌다. 남편이 연금을 든 덕분에 월 22만6050원의 유족연금이 나왔다. 많지는 않지만 다소 도움이 됐다. 그러다 강씨가 61세가 되면서 본인연금(31만5800원)이 생겼다. 하지만 두 연금을 온전히 다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유족연금이 4만5210원으로 줄었다. 그래도 강씨는 본인연금이 나올 때까지 11년가량 유족연금 덕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사별 배우자 중에서 유족연금을 받는 사람은 66만5000명(32.1%)에 불과하다. 연금도 월평균 26만원 안팎이어서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별 배우자는 직업이 없거나 가사에만 종사하는 경우가 59%에 달한다. 이 때문에 사별가구의 월 소득은 136만원에 지나지 않는다. 부부가구(479만원), 미혼가구(279만원), 이혼가구(218만원)에 비해 훨씬 적다. 10가구 중 1가구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다. 가구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비율이 41%나 된다. 부부 가구의 5.7배다. 국민연금공단 산하 국민연금연구원 이용하 연금제도연구실장은 2일 이런 내용을 담은 ‘우리나라 유족 보장의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를 공개했다.

사별가구는 60대 이상이 80%에 달한다. 게다가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노인 사별가구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50대도 약 32만 가구(15.4%)로 적지 않은 편이다. 혼자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미혼 자녀를 둔 경우도 54만여 가구나 된다. 하지만 사별가구를 위한 사회안전망은 빈약하다. 1952년 도입한 보훈제도가 첫 안전망이다. 60년 공무원연금을 시작으로 군인·사학연금이 도입됐지만 대상자가 그리 많지 않다. 63년 도입한 산재보험의 유족연금이 다소 역할을 한다. 월 수령액(136만원)이 커 꽤 도움이 된다. 그러나 대상자가 ‘가입 중 또는 근로 중 사망’에 국한돼 수령자가 2만3000명뿐이다.

국민연금의 유족연금이 그나마 보편적 안전망이다. 하지만 연금액이 생애소득의 8~24%에 불과하다. 전체 평균액은 26만원이다. 배우자 사망 후 5년간 지급하다 중단했다가 55세가 되면 다시 나온다. 다만 본인이 장애 2급 이상이거나 19세 미만 자녀가 있을 경우, 소득이 월 211만원에 못 미치면 중단되지 않는다. 이처럼 지급 요건이 까다로운 데다 금액이 많지 않아 사별가구의 빈곤 해소에는 역부족이다. 또 같은 사유로 산재보험의 유족연금과 국민연금의 유족연금을 동시에 받게 되면 국민연금 50%를 삭감한다.

선진국은 사별 배우자를 위한 안전장치가 우리보다 탄탄하 다. 호주는 40세 이후 사별한 무직 여성(55년 이전 출생자)에게 월 45만~49만원의 유족수당을 지급한다. 캐나다는 60~64세 저소득층 사별 배우자에게 국민연금을 100% 더 지급한다. 일본도 18세 미만 자녀가 있으면 배우자 유족연금이 나온다.

국민연금 중복되면 50% 삭감돼
월 평균소득 136만원, 59%가 무직
선진국선 유족수당 추가로 줘 보전
“편법 동거 등 부작용 생겨” 반대도

이용하 실장은 “소득 하위 70%의 65세 미만 사별 배우자에게 기초연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노인처럼 월 20만 4010원을 지급하자는 것이다. 65세 미만 사별 배우자 45만8000여 명에게 지급하면 연 1조1121억원이 든다. 이렇게 하면 빈곤율이 18.1%에서 10.2%로 낮아진다. 부양할 자녀가 있는 사별 배우자에게만 지급하면 2154억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찮다. 김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은 “사별 배우자를 보호할 필요성은 있다. 하지만 사별 배우자 기초연금은 국제적으로 보편적인 제도가 아니기 때문에 기초생활보장제나 한부모가족 지원 제도 등의 기존 제도를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또 “사별 배우자 기초연금을 도입할 경우 재혼 대신 동거를 유도하는 부작용을 초래해 개인의 선택에 간접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