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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공사·관세청, 서로 “면세점 사업자 우리가 선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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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올 10월 개장을 앞둔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의 면세점 사업자 선정권을 두고 인천공항공사와 관세청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공항공사는 종전대로 자신들이 직접 면세점 사업자를 선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관세청은 법 규정대로 이번에는 자신들이 고르겠다고 맞서고 있다.

5000억 임대수익 놓고 선정권 갈등
공사 “왜 갑자기 관세청이 나서나”
관세청 “공사서 사업자 선정해도 무효”

이 때문에 당초 11월로 예정됐던 면세점 사업자 입찰공고가 지연되자 참다 못한 공항공사가 1일 단독으로 입찰공고를 냈다. 박승희 공항공사 상업시설팀장은 “사업자 선정 작업을 더 늦출 경우 제2여객터미널을 면세점 없이 열게 될 수도 있어 입찰공고를 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세청은 “이번 입찰공고는 절차상 하자가 명백하다. 사업자가 선정돼도 무효”라고 반발했다.

제2여객터미널에는 약 1만㎡ 규모(제1여객터미널 면세점 면적의 약 60%)의 면세점이 들어설 예정이다. 입찰은 일반 기업이 운영하는 면세점(3개)과 중소·중견기업의 면세점(3개)을 구분해 진행된다. 이들 면세점의 연간 임대수익은 5000억원가량 될 것으로 공항공사는 예상한다. 공항공사 측은 3월 말까지 제안서 접수를 마감하고 4월까지는 계약을 끝내야 면세점 사업자가 터미널 개장 전까지 매장공사 등의 준비를 차질 없이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면세점 사업자 선정권을 둘러싼 갈등이 풀리지 않은 상황이어서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공항공사 측은 종전 방식을 바꿀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박승희 팀장은 “인천공항 개항 초기부터 면세점 사업자를 공항공사가 선정하고 관세청이 추인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왔다”며 “왜 이제 와서 방식을 바꾸자고 하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관세청은 면세점 사업자 선정권은 관세청의 고유 권한으로 그동안 공항공사의 수익 보전 등을 위해 권한 행사를 미뤄왔던 것뿐으로 앞으론 이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하변길 관세청 대변인은 “2013년 관세법이 개정되면서 면세점 심사에서 기업 이익의 사회 환원, 대·중소기업 상생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돼 있는데 공항공사가 단독으로 사업자를 선정하면 이런 점이 간과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사실상 임대료를 가장 많이 내겠다는 업체를 선정하는 공항공사의 업체 선정 방식은 면세점 사업자 간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는 법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현재 인천공항공사 연간 수익의 40%가량(1조원)이 면세점 임대료다. 이에 대해 안정준 공항공사 홍보실장은 “임대료 수입 등은 공항 시설 확충처럼 공항 발전에 투자하는 주요 재원”이라며 “이를 줄이게 되면 투자 여력이 떨어져 공항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반박한다.

이 같은 팽팽한 대립 속에 면세점 사업자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업체 입장에선 어머니와 아버지가 싸우는 것을 지켜보는 심정”이라고 지적했다. 롯데면세점 노재승 팀장은 “관세청에서는 입찰공고 자체가 무효라지만 업체 입장에선 일단 제안서를 안 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문길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충분한 협의와 준비 없이 면세점 사업자 선정 방식을 바꾸는 것은 공항공사의 수익 차질 등 부작용이 있을 수밖에 없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항공사도 장기적으로 수익원을 다변화해 임대료 수입 비중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함종선·이현택 기자 j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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