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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에 ‘홍콩’ 짓는 중국…99년간 임차·군사 이용 우려도

중앙일보

입력

중국이 인도양의 섬나라 스리랑카에 또 다른 ‘홍콩’을 건설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1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중국 국영기업 중국교통건설의 자회사인 중국항만(CHEC)은 2014년부터 스리랑카 콜롬보항 인근 해안을 매립하고 있다. 여기에 국제금융센터를 중심으로 한 항만도시 ‘콜롬보항시티(CPC)’를 짓겠다는 계획이다. 30년 뒤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기공식에 참석했을 만큼 중국 정부의 기대는 크다. 건설비 14억 달러(약 1조 6450억원)은 CHEC 측이 전액 부담하기로 했다. 그 대가로 CHEC 측은 개발용지 가운데 116ha를 99년간 사실상 소유하게 된다. 과거 영국이 중국으로부터 홍콩을 100년간 조차했던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CHEC 측 관계자는 “스리랑카 국내법과 세제가 적용되지 않고, 법원도 별도로 둘 것”이라며 “홍콩과 유사한 도시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2015년 1월 스리랑카 정권이 교체되면서 한동안 매립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장기 임차권을 허용했던 마힌다 라자팍사 전 스리랑카 대통령은 친중파였지만, 마이트리팔나 시리세나 신임 대통령은 친서방파로 중국을 경계했기 때문이다. 시리세나 대통령은 취임 즉시 매립계획을 백지화했다. 그러나 라자팍사 정권 당시 중국에 빌린 11억 달러(약 1조 2900억원)의 차관이 발목을 잡았다. 또 중국 측이 요구한 공사 중지에 따른 배상금도 스리랑카 정부에겐 큰 부담이었다. 결국 스리랑카 정부가 손을 들었고, 공사는 2016년 8월 재개됐다. 양측의 재교섭 과정에서 중국 측 부지는 당초 안보다 오히려 7% 정도 커졌다.

현지에선 중국이 이 도시를 군사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실제 2014년에는 중국 잠수함이 매립지 북쪽 부두에 입항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CHEC 측은 “어디까지나 상업적인 목적의 도시다. 군사적 이용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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