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받았던 가수 연습생 성추행 혐의 연예기획사 대표 항소심서 징역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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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연습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연예기획사 대표가 항소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됐다.

의정부지법 형사1부(성지호 부장판사)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연예기획사 대표 A씨(48)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0월을 선고했다고 31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에게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도 명령했다.

A씨는 2014년 3월 뮤직비디오를 촬영한 소속 가수 연습생인 B씨(32·여)와 술을 마신 뒤 대리기사가 운전하는 자신의 승용차 뒷좌석에서 “사귀어 보고 싶다”며 가슴 등을 만지며 B씨를 추행하고, 차에서 내린 뒤에도 “가슴 수술을 했는지 확인해 보겠다”며 가슴을 만지며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같은 해 8월에도 노래방에서 B씨에게 “방송 출연 전 끼를 테스트 해야 하니 관객을 유혹하듯 엉덩이를 흔들어보라”고 말하며 노래를 시킨 뒤 B씨의 뒤로 다가가 가슴을 만지는 등 추행한 혐의도 받았다.

앞서 1심 재판부는 “B씨가 A씨에게 추행을 당했다면서도 남자친구나 가까운 동료들에게 털어 놓은 적이 없는 점 등으로 볼 때 피해자가 전속계약을 해지할 목적으로 피고인을 고소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는 등의 이유로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연습생으로는 나이가 많은 편인 32세의 B씨가 대표와 성적 접촉이 있었다는 소문이 나면 나이 어린 연습생들의 비난을 견딜 수 없는 입장이었고, 가수가 된 뒤 악영향을 우려해 제대로 항의할 수 없었을 것으로 판단했다. 또 A씨가 재판 과정에서 직접 운전했다고 말했다가 나중에 대리기사를 불렀다고 진술을 번복한 점도 참작했다.

이에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씨는 대표라는 지위를 이용해 가수 지망생을 집요하게 성적으로 착취했는데도 범행을 부인하면서 반성하지 않아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판시했다. 이어 “연예기획사 운영자 등에 의한 연예인(연예인 지망생)에 대한 성폭력·성적 착취가 자주 발생해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고, 재발 방지를 위해 엄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의정부=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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