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 3연승 이끈 파다르 "내 비중 낮은 게 팀에는 더 좋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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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배구연맹]

프로배구 우리카드가 이틀 만에 2위 자리를 되찾았다. 트리플 크라운을 기록한 '헝가리 특급' 파다르(21)의 강스파이크가 맹위를 떨쳤다.

우리카드는 29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2016-17 NH농협 V리그 5라운드 KB손해보험과의 경기에서 3-0(25-18, 25-23, 25-23)으로 이겼다. 3연승을 질주한 우리카드(15승11패·승점47)는 현대캐피탈(15승10패·승점44)을 제치고 단독 2위로 올라섰다. 선두 대한항공(17승8패·승점50)과는 3점 차다.

우리카드 해결사 파다르의 활약이 눈부셨다. 파다르는 1세트에서 여섯 번의 공격을 시도해 다섯 번이나 성공시켰다. 점유율은 평소보다 낮았지만 성공률은 더 높았다. 이날은 블로킹까지 돋보였다. 1세트에서도 블로킹을 1개 기록했던 파다르는 2세트 9-7에서 우드리스의 오픈 공격을 가로막아 경기 분위기를 가져왔다. 2세트 후반엔 다소 흔들렸지만 또다른 해결사 최홍석(14점)이 활약하며 파다르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마지막 3세트는 파다르의 독무대였다. 우리카드가 8점에서 14점까지 올라가는 동안의 득점을 모두 기록하는 등 9점을 뽑아냈다. 퀵오픈, 백어택, 서브득점 등 에이스가 보여줘야 할 것들은 모두 다 나왔다. 21-21에서도 침착하게 백어택을 성공시켜 KB손보의 추격을 따돌렸다. 양팀 통틀어 최다인 23점(공격성공률 56.66%)을 올린 파다르는 이날 서브득점 3개, 블로킹 3개, 후위공격 6개로 시즌 4호 개인 트리플크라운까지 달성하며 승리를 자축했다.

파다르는 자신의 경기력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조금 더 잘 할 수 있었다. 상대 수비가 내 공을 받을 준비가 잘 되어 있었다. 다음 경기에선 더 잘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상우 우리카드 감독은 최근 파다르의 공격점유율을 낮추려고 애를 쓰고 있다. 김 감독은 "파다르 쪽으로 편중되는 경기에서 잘한 적도 있지만 안된 적도 있다. 다른 공격수들을 골고루 살리는 게 더 좋아 훈련도 그렇게 하고 있디"고 말했다. 파다르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나도 같은 생각이다. 다른 팀들이 나에 대해 준비를 많이 했기 때문에 팀을 위해서는 내 비중이 낮아도 괜찮다. 다른 공격수들도 잘 하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한국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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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카드 선수들은 설을 맞아 일찌감치 구미로 내려와 원정경기를 준비했다. 파다르도 숙소에서 새해를 맞이했다. 그는 "좋은 풍속 같다. 가족들이 모여서 함께 경기를 보러 많이 왔더라"고 말했다. 그는 '떡국을 먹었느냐'는 질문에는 "그건 안 먹었다. 어제는 갈비찜을 먹었다. 한국 음식도 꾸준히 먹고 있는데 청국장은 못 먹겠다"고 웃었다. 그는 능숙하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한국말 인사까지 했다.

시즌 개막 전만 해도 파다르가 큰 활약을 펼칠 것으로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우리카드는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가장 높은 확률을 가졌지만 5번까지 밀렸다. 김상우 우리카드 감독는 고민 끝에 만 21살로 어리고, 키도 1m97㎝로 가장 작은 파다르를 선택했다. 경험이 적고 높이는 낮지만 힘이 좋고, 강한 서브를 가졌기 때문이다.

파다르는 김 감독의 기대를 훌쩍 넘어섰다. 2단 연결이나 후위공격 능력이 점점 향상되면서 에이스 역할을 100% 해냈다. 공을 많이 때려야하는 외국인선수의 숙명도 강한 체력으로 버텨냈다. 파다르의 활약 덕택에 우리카드도 창단 후 8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릴 수 있게 됐다. 파다르는 "나는 잘 해낼 자신이 있었다. 한 시즌 동안 기복없이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지금도 항상 체중을 조절하면서 시즌을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구미=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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