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마이크] “전안법에 소상공인 죽겠다” 들끓자 … 정부, 시행 1년 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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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중앙일보·JTBC의 신문고 사이트 ‘시민 마이크(www.peoplemic.com)’에 올라온 시민들의 의견·제언·궁금증 등을 직접 취재해 보도합니다. 생활에서 느낀 불편이나 제언, 의견 등을 올려 주시면 저희가 같이 고민하고 기사화하겠습니다. 이번 기사는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에 대한 문제 제기입니다.

정부에서 KC인증제를 의류 쪽에도 도입해 영세업자들이 살기 힘들어질 거란 글을 SNS에서 봤어요. 팩트체크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장혜원

지난 23일 시민마이크에는 KC인증제에 대해 검증해 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24일에도“전안법 진짜 너무하다” “전안법. 언론에서 왜 보도 안 했나요?” 등의 글이 올라왔다. 이날 주요 포털 사이트에선 ‘전안법’이 큰 화제가 됐다.

‘전안법’은 28일부터 시행될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을 말한다. ‘KC인증’은 이 법에서 규정하는 ‘공급자 적합성 확인’ 의무에 필요한 국가통합인증(KC인증)이다. 지난해 1월 공포된 전안법은 전기용품 안전 관리 규정을 정한 ‘전기용품안전관리법’과 의류·잡화 등 생활용품 안전 관리 규정을 정한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을 통합한 법이다.

[중앙일보가 취재했습니다]
전기·유아용품에만 의무이던
안전 확인 KC인증서 보유 규정
의류·생활용품까지 확대 적용
인증 1건당 수십만원 추가 부담
정부 “업계 부담 줄일 방법 찾을 것”

기존 법안에선 전기·생활용품을 만들거나 수입하는 업자들은 그 제품이 안전한지를 제3자에 의뢰하거나 직접 시험해 확인해야 한다. 이것이 ‘공급자 적합성 확인’이다. 확인 후에 국가기술표준원의 안전기준인 KC인증 을 받아야 한다.

예컨대 전기용품과 어린이·유아용품 제조·수입업체는 공급자 적합성 확인을 받았다는 증거인 KC인증서를 갖고 있어야 한다. 위반하면 적발 횟수와 기업 규모에 따라 30만~5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하지만 생활용품 업체는 품질·안전 검사를 받아야 하지만 KC인증서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의무는 없었다. 때문에 대부분의 업체가 품질·안전 검사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28일 시행되는 전안법에 따라 KC인증 관련 서류 보유 규정이 생활용품에도 적용된다. 생활용품 업체들이 의무적으로 품질·안전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전안법은 또 온라인쇼핑몰 등 인터넷판매사업자가 KC인증서와 같은 제품안전 정보를 의무적으로 인터넷에 게시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로 인해 일부 온라인쇼핑몰에선 KC인증서가 없는 의류 업체 등의 입점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해외제품 구매 대행업자도 반발

이러자 영세 의류상인과 해외제품 구매 대행업자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인증을 받기 위해 적지 않은 비용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기업 등은 장비를 갖춰 제품 안전검사를 자체로 할 수 있다. 하지만 동대문 등에서 원단을 공급받아 옷을 만드는 소규모 업체나 해외 구매대행업체 등은 품질검사를 외부 기관에 맡겨야 한다. 의류의 경우 건당 20만∼30만원가량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창구 한국병행수입업협회 행정처장은 “수입제품은 해외에서 제품안전 서류를 확보해 들여오기 어렵다”며 “수입할 때마다 인증기관에 검사를 받으면 손해가 크다 ”고 말했다. 이런 내용이 알려지면서 24일 SNS상엔 “전안법 시행되면 제품값 상승하고 소상공인이 몰락한다. 법 철회하라”는 내용의 글이 퍼지기 시작했다.

전안법을 담당하는 국표원도 문제점을 알고 있다. 국표원은 이달 초 생활용품의 KC인증서 의무보유 시행 시기를 2018년 1월로 늦추는 내용을 담은 시행규칙을 법제처에 제출했다. 시행규칙은 25일 관보에 게재될 예정이다. 하지만 법안이 공포된 지 1년 가까이 될 때까지 부작용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선 자유로울 수 없다. 이창구 행정처장은 “지난해 1월 법안이 공포되기 전에 업계 의견을 조금만 더 듣고 고민했다면 이런 혼란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화 국표원 전기통신제품안전과장은 “전안법은 의류·잡화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제품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다만 KC인증서 보유 의무가 1년 늦춰졌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업계의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승호 기자 wonderm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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