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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6대 국정기조 보니…한국의 앞길 험난

중앙일보

입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취임식에 맞춰 백악관 웹사이트를 통해 6대 국정기조를 공개했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공식 비전으로 선포한 취임사를 반영한 것들이다. 선거 기간 공약한대로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을 뒤엎는 내용도 다수 포함됐다. 트럼프가 취임 직후 첫 공식 업무로 선택한 것도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 개정을 위한 행정명령 서명이었다.

트럼프가 이날 공개한 6대 과제는 ▶미국 우선 에너지 계획 ▶미국 우선 외교정책 ▶일자리 창출과 성장 ▶강한 군대의 재건 ▶공권력 회복 ▶모든 미국인을 위한 무역협정이다. 대략적 구상 수준이지만 공언했던 강경책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담았다.

‘미국 우선 외교정책’과 관련해선 “미국의 이익과 안보에 집중하겠다”며 “힘을 통한 평화가 외교 정책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우선 대외정책 과제로 삼은 것은 이슬람국가(IS) 퇴치다. “필요할 경우 공격적인 합동 군사작전을 벌일 수 있다”고 밝혔다. 격변이 예고되는 대러시아·대중국 관계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었다. 그러나 “오랜 적이 친구가 되는 것은 언제든 좋다”며 기존 국제질서 재편 가능성을 언급했다. 또 “강하고 존중받는 미국과 함께라면 전세계는 더욱 평화롭고 번영할 것”이라며 국정 비전을 재차 강조했다.

‘위대한 미국’이라는 키워드는 ‘강한 군대의 재건’ 과제를 통해서도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어떤 국가도 우리 군사력을 능가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이란을 언급하며 “미사일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최첨단 방어 시스템을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최고 인재를 모아 사이버 방어·공격 능력 개발을 하겠다”며 사이버전쟁 대비책도 내놨다.

‘일자리 창출과 성장’ ‘모든 미국인을 위한 무역협정’은 경제정책의 변화를 예고했다. 공약했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거듭 약속하면서 “상대국이 공정한 협상을 거부한다면 나프타를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노동자에게 해를 입히는 국가에 강력 조치하겠다” “무역협정 재협상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확보하고, 미국 제조업을 지원하겠다”는 등 ‘미국 우선주의’에 따른 경제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미국 우선 에너지 계획’에선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정책을 대놓고 겨냥했다. “기후행동 플랜과 같은 유해하고 불필요한 정책을 폐기하는데 전념하겠다”며 “국내 에너지 생산을 늘려 석유수출기구(OPEC)나 미국 이익에 적대적인 국가로부터 에너지 독립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기후행동 플랜은 오바마 정부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013년 시행한 정책이다. ‘공권력 회복’ 과제에선 “불법 이민자를 막기 위해 국경에 장벽을 짓고, 폭력단체와 마약을 막는 일에 전념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번에 공개한 트럼프 정부의 청사진은 대선 기간부터 고수한 것들이라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그러나 전임 정부가 이뤄낸 진보적 성과를 모조리 지워버린데 대한 비판이 나온다. 이를테면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랜스젠더)’나 ‘기후변화’ 등은 개편된 백악관 사이트에서 검색되지 않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미국인을 위하겠다고 해 놓고 LGBT에 관한 모든 기록을 지워버렸다”는 시민단체의 말을 인용, 소수자 배제 우려를 전했다. 또 결정적 오류 지적도 나왔다. ‘공권력 회복’ 관련 내용에서 백악관이 “우리 수도에서 살인이 50% 증가했다”고 적시했지만, 지난해 워싱턴 DC에선 살인사건이 전년 대비 17% 줄었다는 것이다.

한편 오바마 행정부의 백악관 홈페이지에서 주요 국정과제로 소개됐던 시민권·기후변화·헬스케어·이민 장애·인종·평등임금·여성 등 진보적 이슈들은 오바마 정부의 기록보관 사이트(obamawhitehouse.archives.gov)로 이관됐다.

트럼프는 21일 취임 후 첫 공식 방문지로 버지니아주 랭리에 있는 중앙정보국(CIA) 본부를 찾았다. CIA와의 불신·불화를 해소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러시아가 해킹을 통해 미 대선에 개입했다는 CIA 보고서를 무시하고, 오히려 CIA가 배후에 있다고 주장했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300명 넘는 직원 앞에서 “난 1000% 여러분과 함께 한다”며 “도널드 트럼프보다 정보기관과 CIA에 대해 강한 애착을 느끼는 이는 아무도 없다”며 전폭적 신뢰를 강조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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