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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쎈 캐릭터 속의 순수…'더 킹' 류준열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사진=전소윤(STUDIO 706)

사진=전소윤(STUDIO 706)

“대한민국에 우리보다 더 센 놈 있으면 나와 보라 그래!” 한강식을 만나 승승장구하는 검사 박태수의 중학교 동창인, 조직폭력배 최두일이 달리는 차에서 외친 대사다. 목포 ‘들개파’ 출신 두일은 태수의 뒤를 봐주면서 세를 확장한다. 거칠 것 없어 보이는 두일의 심정은, ‘응답하라 1988’(2015~2016, tvN, 이하 ‘응팔’)에서 ‘정환 신드롬’으로 일약 인기 스타 대열에 오른 배우 류준열(30)이 느꼈을 기분과 비슷하지 않을까.

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예상치 못한 반응에 어리둥절했다”고 당시를 회고한다. 두목 자리를 넘보는 ‘더 킹’ 속 두일보다 ‘응팔’의 정환에 가까운 태도다. 한마디로 겸손하다. ‘더 킹’을 택한 이유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정우성·조인성·배성우 선배님과 함께하는 것만으로 좋았다. 배우로서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았고.”

‘더 킹’과 관련해 어떤 질문을 던져도, 류준열은 선배 배우‘님’들에 대한 고마움을 빠뜨리지 않는다. 두일을 연기하며 몸이 자주 상했던 그다. 촬영 중 장염에 걸려 아픈 몸으로 연기하기도, 액션 장면을 찍다 손가락에 심한 상처를 입기도 했다. 주요 출연진 중 막내라 촬영장에서 마냥 편하지만은 않았을 텐데 “먼저 챙겨 주는 선배님들 덕에 무사히 연기를 마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아도, 인터뷰하기 전 사진 촬영할 때 역시 류준열은 주로 세 배우의 이야기를 듣고 반응하는 입장이었다. 선배들에게 기대는 그의 모습이 귀여웠다.

사진=전소윤(STUDIO 706)

사진=전소윤(STUDIO 706)

극 중 두일도 류준열만큼 순수하지만, 다른 의미에서다. 두일은 태수와의 앞길에 거치적거리는 이가 있으면 주먹을 앞세우는 ‘쎈’ 캐릭터다. 류준열은 그 모습을 “순수하다”고 해석한다. “욕망을 채우기에 급급한 인물이 넘쳐 나는 이 영화에서, 두일은 양다리 걸치지 않고 태수에 대한 의리를 지킨다.” 어찌 보면 단순한 인물이지만, 그는 ‘두일 역을 위해 뭔가 더 표현할 것이 없을까’ 생각을 거듭했다. “두일은 고민의 시간은 짧지만, 그 대신 고민에 깊이가 있는 인물이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자신과 태수에게 어떤 선택이 최선일지 꽤 고민했을 것이다.” 이는 두일이 처한 위치 때문이기도 하다.

류준열 왈, “큰 흐름 안의 인물이라기보다 한발 떨어져 이야기에 영향을 미친다고 할까.” 연기하는 입장에서도 이런저런 욕심을 내기보다 선배 배우들과 주거니 받거니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했다. 이것은 두일이 거친 세상에서 살아남는 법이자, 류준열이 변덕 심한 연예계에서 오래 살아남기 위해 고수해야 할 전략이다.

그가 모 선배 배우에게 들은 이야기를 전해 줬다. “‘인생에서 꼭 지켜야 할 것이 있다. 무엇이든 양심껏 해야 한다’고 하셨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적당히 하라’는 말은 좋아하지 않는다.”

‘더 킹’ 이후 류준열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송강호와 ‘택시운전사’(후반 작업 중, 장훈 감독), 최민식과 ‘침묵’(촬영 중, 정지우 감독), 김태리와 ‘리틀 포레스트’(촬영 준비 중, 임순례 감독)를 함께한다. ‘더 킹’을 시작으로 이 영화들에서 ‘리틀 킹’ 류준열이 생각하는 양심의 정체를 확인하게 될 것이다. 그가 영화계 ‘더 킹’의 자리에 오를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허남웅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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