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작년 경제성장률 6.7%…26년 만에 최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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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6.7%. 중국 국가통계국이 20일 발표한 지난해 중국의 실질경제성장률이다. 1989년 천안문 사태가 발생하면서 성장률이 급감했던 90년(3.8%) 이후 26년 만의 최저치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 정부의 목표치(6.5~7.0%) 안에는 여유 있게 들어왔다. 고속성장 시대를 마감하고 6%대 중속(中速) 성장세가 굳어지고 있는 셈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적극적인 재정·금융정책 덕분에 중국 경제가 경착륙은 피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시장 예상치(6.7%)보다 높은 6.8%(전년 동기 대비)를 기록했다. 이날 함께 발표된 소매판매(10.9%)도 예상치(10.7%)를 웃돌았다. 지난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74조4127억 위안(약 1경2650조원)으로 처음으로 70조 위안을 넘어섰다.

FT “적극적 정책 덕에 경착륙 피해”
IMF선 올해 6.5% 성장 예상하지만
미국과 통상전쟁 땐 타격 불가피

세계경제포럼(다보스회의) 참석차 스위스를 방문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17일 수도 베른의 스위스 의회에서 연설하면서 “지난해 6.7% 성장은 우리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 수치였지만 여전히 주요 경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앞으로의 중국 경제다. 중국의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좋았지만 경기가 본격 반등하고 있다고 판단하기엔 이르다는 분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중국 경제가 6.5%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가 이끄는 미국과의 통상전쟁이 본격화할 경우 수출 중심의 중국 경제는 불가피하게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채에 의존해온 투자와 부동산 거품 등도 중국 경제의 불안 요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전체 빚더미(국가+민간 부채)가 지난해 12월 말 기준 GDP의 264%에 이른다”고 전했다.

지난해 중국 경제성장을 견인했던 소비와 부동산 경기가 올해는 냉각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해 성장률도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교통은행의 리우 셰지 이코노미스트는 소형차에 대한 세율 인하 혜택이 지난해 말 끝났기 때문에 올해 소비는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의 소비는 지난해 GDP의 64.6%를 차지했다.

중국 GDP 통계에 대한 불신도 여전하다. 일본 미즈호은행은 보고서에서 “중국 GDP는 시장 컨센서스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 악명 높을 정도로 한결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BBC는 “중국 GDP로 중국 경제의 건전성을 파악하기에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고 보도했다.

FT는 “올해 가을 열리는 중국 공산당 당대회에서 다음 5년을 이끌어갈 지도자를 선출하는 만큼 중국 당국이 힘들지만 잘 관리해 나갈 것(muddling through)”으로 전망했다.

임채연 기자 yamfl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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