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트 대사, 5·18재단에 광주문건 89건 전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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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래 5·18기념재단 상임이사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5·18기념재단 측에 전달한 문서를 19일 공개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김양래 5·18기념재단 상임이사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5·18기념재단 측에 전달한 문서를 19일 공개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이임을 앞둔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1980년 5월 18일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자료를 5·18단체에 전달했다. 미국 측이 5·18과 관련된 자국의 정부 문서를 5·18단체에 전달한 것은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37년 만에 처음이다. 이에 따라 80년 5월의 진실 규명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5·18기념재단(차명석 이사장)은 19일 “리퍼트 대사가 지난 18일 재단을 방문해 전달한 5·18 관련 미국 정부의 기밀해제 문서 89건에 대한 분석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고 밝혔다.

김양래 5·18기념재단 상임이사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5·18기념재단 측에 전달한 문서를 19일 공개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김양래 5·18기념재단 상임이사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5·18기념재단 측에 전달한 문서를 19일 공개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해당 자료는 미 대사관 측이 80년 5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광주와 관련된 정보를 수집해 본국에 보고한 내용들이다. 여기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 동향과 5·18 전후 사회 상황 자료 등이 빼곡히 담겨 있다. 주요 문건들은 ▶최규하 하야 ▶전두환 대통령, 애매한 태도로 광주 방문 ▶계엄사령부, 정치적 도망자에게 항복할 것 강조 ▶광주에서의 대규모 재판 등이다.

날짜별로는 5·18이 시작된 80년 5월 18일의 ‘한국 상황 리포트’를 비롯해 ▶광주의 위기(5월 21일) ▶광주 폭동 및 향후 정치적 안정성(5월 21일) ▶한국에서 발생한 해외 여행자 경고에 대한 리뷰(5월 27일) 등이 포함됐다.

김양래 5·18기념재단 상임이사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5·18기념재단 측에 전달한 문서를 19일 공개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김양래 5·18기념재단 상임이사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5·18기념재단 측에 전달한 문서를 19일 공개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리퍼트 대사는 5월 단체들의 지속적인 요청을 수용해 이번에 미국 정부에서 기밀해제된 자료들을 5월 단체에 건넸다고 한다. 전날 리퍼트 대사는 문서를 전달하면서 “국제사회의 민주·인권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5·18기념재단이 활동의 폭을 더욱 넓혔으면 한다”는 말을 했다. 리퍼트 대사는 2년6개월에 걸친 주한 미국대사의 임기를 마치고 20일 미국으로 돌아간다.

기념재단 측은 89건 중에서 88개의 문건은 재단이 이미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것과 같은 것으로 파악했다. 다만 이번에 받은 미국 측 문서는 재단 측이 보유한 문서들에 비해 ‘블랭크(공란)’가 적어 새로운 내용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기념재단 측의 설명이다.

김양래 5·18기념재단 상임이사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5·18기념재단 측에 전달한 문서를 19일 공개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김양래 5·18기념재단 상임이사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5·18기념재단 측에 전달한 문서를 19일 공개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5·18기념재단은 이와 별도로 전날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기밀해제 문서 속에 5·18과 관련된 내용이 있는지를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총 1200만 쪽가량의 자료에는 CIA가 4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수집한 6·25전쟁(한국전쟁)을 비롯해 각종 정보와 자료 번역본 등이 담겨있다.

5·18기념재단은 CIA 자료 속에서 80년 5월과 관련 최초 발포 명령자나 실종자 행방 등 5·18 관련 의혹을 풀어줄 단서를 찾길 바라고 있다. 김양래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리퍼트 대사가 전달한 문서를 시작으로 향후 미 정부에 지속적으로 추가 자료 공개 요구를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언론인 팀 셔록이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 5·18 관련 자료를 기증한 사실도 이날 확인됐다. 5·18기록관은 "미국 '저널 오브 커머스' 기자로 활동해온 팀 셔록이 보내온 자료를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1950년대 한국에서 성장한 팀 셔록은 5·18 당시 미국 정부의 역할에 대한 기사를 써왔다. 그는 1979년부터 1980년까지 미 국무부와 주한 미국대사관이 주고받은 전문과 미 국방부·중앙정보부 기밀문서 등을 기증했다. 5·18기록관은 오는 4~5월께 광주를 방문할 팀 셔록과 함께 해당 자료에 대한 분석작업을 한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5·18기념재단 측에 전달한 문서 목록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5·18기념재단 측에 전달한 문서 목록

광주광역시=최경호·김호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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