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여주 보육원 끔찍한 아동학대 실상 드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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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단체가 운영하는 경기도 여주시의 한 보육원에서 일어난 아동학대 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이 이곳에서 일한 보육교사 6명과 사무국장·위생원 2명 등 8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들은 수년에 걸쳐 끔찍한 방법으로 오갈데 없는 아이들을 학대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보육교사 장모(40·여)씨는 2011년부터 1년여 간 화장실 청소를 하지 않거나 공용 세탁기에서 자신의 빨래를 제때 찾아가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6∼12세 어린이 8명의 얼굴과 엉덩이를 손과 각목으로 수차례 때렸다. 장씨는 한 여자 어린이가 말을 듣지 않자 몽둥이와 파리채로 얼굴을 수차례 때리고, 흉기로 손가락을 자를 것처럼 겁을 주기도 했다.

심지어 속옷만 입힌 채로 보육원 건물 계단에 1시간 가량 세워놓기도 했다. 이것도 모자라 청소용 바가지에 오줌을 싼 어린이에게 다른 어린이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의 오줌을 마시게 했다. 빨래를 하지 않은 어린이에게는 신던 양말을 입에 집어넣는 등의 가혹 행위도 저질렀다.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사무국장 배모(47)씨와 보육교사 임모(31·여)씨 등 2명도 2009년부터 2011년까지 간식을 몰래 먹었다는 등의 이유로 어린이들을 각목·빗자루 등으로 때리거나 뜨거운 철판에 손을 가져다 대도록 해 화상을 입히는 등의 방법으로 학대했다.

보육원 입소 어린이 90여 명을 상대로 전수 조사를 벌인 결과 40여 명이 2007년부터 최근까지 아동학대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원지검 여주지청은 19일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장씨 등 보육교사 2명과 사무국장 배씨 등 3명을 구속기소하고, 변모(36·여)씨 등 보육교사 3명은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보육교사와 위생원 등 2명을 약식기소했다.

불구속기소된 보육교사 변씨 등은 2007년부터 최근까지 생활규칙 위반 등 잘못을 바로잡는다며 어린이들을 가죽벨트·주삿바늘등으로 때리거나 찌르고, 지적장애를 앓는 어린이에게 먹다가 토한 밥을 먹이는 등 수차례에 걸쳐 학대한 혐의이다.

재판에 넘겨진 이들 8명은 경찰 수사를 전후에 사직하거나 해임돼 보육원을 모두 떠났다. 보육원에서 발생한 이번 아동학대는 지난해 8월 경찰이 제보를 받아 수사에 나서면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피해 아동들은 “너무 많이 맞고 힘들어 자살하려고 자해했는데 보육원에서 병원비가 많이 든다며 퇴소시켰다”거나 “엄마의 학대로 이곳에 오게 돼 엄마로부터 탈출했다 생각했는데 오자마자 또 학대를 당해 분노조절장애와 우울증이 한 번에 생겼다”고 수사기관에서 진술했다.

조사 결과 피해 아동들은 그동안 보육원에서 버림받을까 봐 두려워 신고를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는 현재 고등학생으로 성장했지만, 학대로 인한 정신적 충격으로 극심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보육시설에 대한 감독기관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검찰은 전문기관과 협력해 피해 아동들에 대한 심리검사, 상담·예술치료 등을 진행해 정신적 충격을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여주=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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