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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패션 + 예술, 의류 + 음료 … 색깔 있는 만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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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협찬:빈폴진, 사진=안성식 기자

패션계에 '이색 만남'의 바람이 분다. 예술과 패션이 창의성과 상품성을 서로 교환하는 '콜레보레이션(collaboration.합작)'이다. 지난 6일 패션 브랜드인 쌈지가 팝 아티스트인 낸시 랭을 아트 디렉터로 영입한 것이 좋은 사례. 서로 다른 브랜드가 자신의 이미지를 화학적으로 결합하기도 한다. 청바지 브랜드인 빈폴진이 코카콜라와 합작해 만든 'Coke-up Jeans' 라인을 23일 전국 빈폴진 매장에 출시한 경우다. 콜레보레이션은 원래 공동 마케팅의 일종이다. 성격이 다른 이종(異種) 업체 간에 합작으로 신제품을 만들거나, 신제품을 런칭하면서 특성이 맞는 업체와 공동으로 홍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 예술과 패션의 즐거운 만남

패션 브랜드 '쌈지'는 지난 6일 서울 청담동에서 팝 아티스트인 낸시 랭과 합작해 만든 '낸시 랭 라인'을 공식 발표하는 패션쇼를 열었다. 스쿨걸 룩, 스포츠 룩 등 낸시 랭의 작품을 이용한 의상과 액세서리가 어우러진 낸시 랭 라인은 패션쇼와 퍼포먼스를 합친 용어인 '패포먼스'라는 이름으로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 냈다. 쌈지는 낸시 랭을 아트 디렉터 겸 디자이너로 영입했다. 그의 디자인인 '터부요기니' 시리즈 등을 이용해 가방에서 의류.구두까지 만들어 오는 2월 전국 쌈지 매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홍보실 이윤아 팀장은 "쌈지도 루이뷔통의 무라카미 라인처럼 아티스트 피처링(featuring) 라인으로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고 있다"며 "발랄한 낸시 랭의 분위기를 제품에 적극 반영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모리모토

디자인이 생명인 패션에서 예술과의 콜레보레이션은 드물지 않다. 세계적인 시계 기업 스와치의 경우 이미 최고의 예술가들과 공동 작업을 통해 시계가 아닌 패션 액세서리로의 이미지 전환에 성공했다. 1990년대부터 영국의 패션 디자이너인 비비안 웨스트우드와 스페인이 낳은 20세기 최고의 미술가인 피카소의 작품을 시계에 적용했다. 2000년엔 밀레니엄을 맞아 한국이 낳은 비디오 아티스트의 거장 백남준씨와 공동으로 시계를 만들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런 작업을 통해 스와치는 '손목 위의 가장 작은 캔버스'라고 불린다.

해외 유명 자동차 회사들도 이런 합작에 능하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이탈리아 패션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와 함께 메르세데스-벤츠 CLK 조르지오 아르마니 디자인카를 2004년 세계 시장에 내놓았다. 100대 한정판으로 자동차 수집광을 사로잡았다. BMW도 지난해 역시 이탈리아 디자이너인 도나텔라 베르사체판 MINI를 출시해 경매를 통해 판매하기도 했다.

#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희한한 만남

낸시 랭

분야가 다른 기업 간의 만남도 늘고 있다. 제일모직의 빈폴진은 23일 코카콜라의 디자인을 모티브로 삼은 새로운 라인인 'Coke-up Jeans'를 내놓았다. 패션업계와 식품업계의 희한한 만남인 셈이다. 빈폴은 코카콜라의 대표색이라 할 수 있는 빨간색을 적용해 청바지의 레드 스티치(박음질)와 레드 라벨 등을 만들었다. 이와 함께 20세기 최고의 디자인으로 꼽히는 콜라병 모양도 티셔츠 등에 적용시켰다. 'Coke-up Jeans'의 화두는 '재미'다. 의류 여기저기에 콜라병 모양을 숨겨 놓고 그것을 찾아내라는 식이다.

지난해 12월엔 캐주얼 스포츠 브랜드인 EXR이 LG텔레콤과 함께 방수폰을 선보였다. 삼성전자가 미국 시장에서 안나수이폰.벳시존슨폰을, LG전자는 유럽에서 로베르토 카발리폰을 내놓은 것처럼 국내에선 EXR이 휴대전화에 최초로 패션을 입힌 것이다. EXR 마케팅팀 문진이 과장은 "LG텔레콤이 준비하고 있던 휴대전화의 컨셉트는 스포츠폰이었고, EXR 또한 캐주얼 스포츠 브랜드이기 때문에 젊은층을 타깃으로 하는 두 브랜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합작 배경을 설명했다. 모자와 스니커즈 등을 만드는 캐주얼 브랜드'모리모토'도 독일 자동차 메이커인 '아우디'의 엠블럼과 문자 로고를 새긴 제품으로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

뷰티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10월 코리아나 화장품은 자사의 한방 화장품인 '자인'의 홍보를 위해 루이 까또즈와 함께 '자인 경대'를 선보였다. 한방 화장품의 이미지에 맞게 조선시대 경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전국 코리아나와 루이 까또즈 매장에서 50만원에 주문 판매 중이다.

# 왜 이렇게 늘고 있나

가장 큰 이유는 창의성의 부재다. '하늘 아래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는 말처럼 지속적인 변신으로 소비자를 유혹해야 하는 패션 업계 역시 독창적 디자인을 찾기가 날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쌈지의 천호균 대표는 "늘 새로움을 갈구하는 디자이너에게 팝 아티스트의 유머와 독창성은 더없이 신기한 발견이며 최고의 조력자가 아닐 수 없다. 새로움을 찾는 디자이너와 대중을 찾아가는 팝 아티스트의 만남은 천생연분이라는 말처럼 숙명적"이라며 낸시 랭의 영입 배경을 설명한 것을 봐도 이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새로운 수요층을 창출하기 위한 전략이 될 수 있다. 빈폴진은 온라인 회원 수만 300만 명을 자랑하는 'cokeplay.com' 회원들을 수요층으로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cokeplay.com 안에 빈폴진의 온라인숍을 개설해 코크플레이 포인트 등으로도 구매가 가능하다. 대부분이 10~20대인 회원들의 호응을 얻어낼 수 있다면 빈폴진의 젊은 이미지를 한층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매출을 자랑하는 트래디셔널 캐주얼 브랜드인 빈폴은 지난해 다니엘 헤니를 내세운 인터내셔널 라인으로 성공을 거뒀다. 고급 라인의 성공을 바탕으로 빈폴의 영캐주얼 라인인 빈폴진의 도약도 기대하는 눈치다.

그러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콜레보레이션에 대해 객관적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합작의 주체끼리 브랜드만 빌리자는 식으로 진행할 경우 한낱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 수 있다"며 "서로 간의 확실한 Win-Win 전략이 없는 합작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또 합작품을 사용하는 주체인 소비자들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물리적이든 심리적이든 공동 마케팅의 대상인 소비자들에게 만족을 주지 못하는 콜레보레이션은 실패한다는 말이다.

글=조도연 기자 <lumiere@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 바로잡습니다

24일자 22면 me 섹션 '예술 + 패션, 색깔있는 만남'기사 중 '세계적인 시계 기업 스와치가 20세기 최고의 미술가인 피카소의 작품을 시계에 적용했다'는 부분에서 언급된 미술가 피카소는 스페인의 파블로 피카소가 아니라 프랑스 현대미술의 대가 키키 피카소(Kiki Picasso)입니다. 1956년 프랑스 니스에서 태어난 키키 피카소는 주로 여러 겹의 그래픽 등을 활용하는 사진 콜라주 기법을 과감하게 활용하기로 유명합니다. 취재 과정 중 피카소라는 이름만 듣고 파블로 피카소로 착각해 사실 확인을 소홀히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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