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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대신 쌀로 승진 축하해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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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매년 초 삼성그룹 인사 내용이 발표되면 회사 근처의 꽃 가게들은 특수를 누린다. 임원급 승진 인사만 수백 명 (올해는 452명)씩 되는 대규모 인사다 보니 각 회사마다 축하 화분으로 가득하게 된다.

한때 삼성은 '선물 안 주고 안 받기'차원에서 축하 화분 주고 받기를 금지한 적이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뛰는 임직원들에게 가장 기쁜 순간이 승진할 때라는 점과 영세 화훼업자들을 돕는다는 차원에서 지금은 허용하고 있다.

이같은 와중에 최근 직장인의 꽃이라는 삼성의 CEO(최고경영자)가 된 사람 가운데 축하 화분을 받지 않은 사람이 있다.

이번 삼성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3명 가운데 한 명인 삼성물산 지성하 사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기쁨이 남달랐을 지 사장이지만 지인들에게 난 대신 쌀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난이 보기 좋기는 하지만 좀더 실용적인 쌀로 보내 주시면 좋은 곳에 쓰겠다"고 자신의 뜻을 전했다. 이렇게 해서 들어오기 시작한 쌀은 며칠 새 800여 ㎏이나 됐다. 20㎏짜리 부대 40여 개 분으로 돈으로 환산하면 200만원 정도다. 이 쌀들은 20일 경기도 성남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됐다. 독거노인, 장애인, 소년소녀가장 등 성남시 자원봉사센터를 통해 추천받은 43가구에 20㎏씩 보냈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그는 경영지원실장 시절에도 노인복지시설 등을 방문해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목욕 봉사를 하는 등 사회봉사 활동에 열심이었다"며 "이번 일도 이같은 이웃돕기 활동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78년 삼성코닝에 입사한 지 사장은 삼성 비서실과 삼성 SDS를 거친 재무통이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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