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50곳 안전점검에서 개선사항 262건 적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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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영화 ‘터널’이 상영된 뒤 운전자들은 터널을 지날 때마다 ‘설마, 혹시나’라는 생각을 한다. 영화처럼 터널이 무너지지 않을까 우려해서다. 정부가 합동으로 터널의 안전 여부를 점검한 결과 누수와 부실점검 등이 무더기로 확인됐다.

국민안전처는 전국 1944개 터널 가운데 50개를 표본으로 안전관리체계를 분석하고 20곳은 전문가와 합동으로 현장점검을 진행했다고 17일 밝혔다. 점검 결과 262건의 개선사항이 지적됐다. 지적된 내용은 시설 구조물 관리분야가 99건으로 가장 많았고 소방·방재시설 70건, 안전관리 47건, 전기 46건 등이었다.

주요 지적사항으로는 터널이 20년 이상 노후했지만 내진성능평가 받지 않았거나 정밀점검에서 기본 점검항목을 누락하고 절차를 지키지 않은 사례가 많았다. 보고서에 기록한 점검 위치와 현장점검 위치가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 등 부실한 점검도 드러났다.

한 터널은 정밀안전진단 용역을 의뢰하면서 정부 대가 기준인 1억3200만원의 5.8%(800만원) 수준으로 저가 용역을 수행하기도 했다. 일부 터널은 천장에서 균열이 발견됐고 벽면 누수와 콘크리트 파손이 방치된 채 보강공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일부 터널에서는 긴급전화 12대가 모두 고장나 있었다.

안전처 관계자는 “영화 터널로 터널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며 “시설물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에 제도개선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고 말했다.

세종=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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