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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과자, 스피커 속의 마약…인천에서 마약사범들이 많이 잡히는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사진 인천지방검찰청]

화과자 속에 숨긴 마약 [사진 인천지방검찰청]

[사진 인천지방검찰청]

화과자 은닉 필로폰 엑스레이 검사 장면 [사진 인천지방검찰청]

지난해 10월 인천국제공항 화물검색대. 엑스레이로 국제우편물을 검사하던 세관 직원들의 눈에 수상한 물건이 포착됐다. '중국 화과자'라고 적힌 상자 안에 이상한 물건이 들어있었다. 상자를 뜯자 투박한 모양의 화과자가 나왔다. 하지만 그 속엔 달콤한 팥으로 만든 소는 없고 무려 6만6000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필로폰 2㎏이 들어있었다.

인천지검은 16일 마약거래법 위반 혐의로 말레이시아 출신의 국제마약조직원 A씨(40) 등 2명을 구속기소하고 달아난 총책 3명을 수배했다.

해외에서 우리나라 공항이나 항만으로 마약을 밀반입하는 마약사범들의 수법이 교묘해지고 있다. A씨처럼 화과자 속에 숨기는 것은 물론 책 겉표지나 스피커 등 생각지도 못한 곳에 마약을 숨겨오고 있다.

[사진 인천지방검찰청]

책 겉장에 숨긴 마약 [사진 인천지방검찰청]

[사진 인천지방검찰청]

책 겉장에 숨긴 마약 [사진 인천지방검찰청]

지난해 9월 붙잡힌 미국인 B씨(67)는 동화책 겉표지와 가죽으로 된 서류파일에 코카인 6.4㎏을 숨겼다. 콜롬비아에서 브라질·두바이를 거쳐 인천공항을 경유하던 그는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 한국지부로부터 마약밀수 정보를 사전 입수한 세관과 검찰의 합동 모니터링에 의해 적발됐다.

[사진 인천지방검찰청]

스피커 안에 은닉된 필로폰 [사진 인천지방검찰청]

해외 직구 물품인 것처럼 국제우편으로 마약을 받은 이들도 있다. 같은 해 11월에 적발된 한국인 C씨(50)는 해외 마약 판매 사이트에서 대마초 23g을 주문했다. 국제조직은 마약을 감추기 위해 이 대마초를 원두커피로 위장했다. 같은 해 9월과 10월에는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서 구입한 대마를 게임기와 스피커 속에 감춰 들여오려던 대학생 D씨(23)와 공연기획자 E씨(31)가 구속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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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상자 속에 숨긴 마약 [사진 인천지방검찰청]

인천지검 강력부(박상진 부장검사)는 지난해 마약류 밀수·유통사범에 대한 집중 단속을 벌여 361명을 적발하고 137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또 필로폰 약 10.7kg(35만6000명 동시 투약분), 대마 약 2.7kg(5400명 동시 투약분), 코카인 약 10.8kg 등을 압수했다. 전국 18개 지방검찰청 가운데 가장 많은 수치다.

대부분 한국을 거쳐 일본 등 제3국으로 마약을 밀반입하는 밀수 범죄가 대부분이었다. 인터넷 해외 직구를 통한 일반인들의 마약 밀반입 시도도 늘었다.

인천지검은 인천세관 등 유관기관과 협조해 인천국제공항과 항만을 통한 마약 밀반입을 차단하겠다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보통 출국지에서 엑스레이 검사 등을 통해 휴대품을 검사하지만 입국지에서는 같은 검사를 하지 않아 이런 허점을 노려 마약 밀수가 계속되고 있다"며 "인천은 공항과 항만 등 대한민국의 관문 지역인 만큼 지속적인 단속은 물론 해외 도피 중인 사범은 강제송환을 적극 추진하는 등 끝까지 추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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