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구속영장 청구에 "당연", "우려" 엇갈린 반응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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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6일 뇌물공여 혐의로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정치, 경제, 시민단체들이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는 정경유착의 고리를 해소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환영하는 반응을 보였다. 반대로, 재계는 우려의 뜻을 보이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당연한 결과"

더불어민주당은 특검이 이 부회장에게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것과 관련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현안 서면 브리핑에서 "특검이 애초에 밝혔던 대로 '법과 원칙을 중시한' 결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기 대변인은 "대통령은 뇌물을 요구했고 삼성은 돈을 건네며 특권을 얻었다. 비선실세와 그 딸은 이 돈으로 호의호식했고 국민의 노후자금은 허공으로 날아갔다"며 "이 부회장을 포함한 관련자들은 청문회에서 뻔뻔하게 위증을 일삼았다. 이도 모자라 조직적인 증거 인멸 정황도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은 여론전을 그만두길 바란다. 이 부회장 구속은 삼성과 국가 경제를 살리는 일이다. 썩은 환부를 도려내지 않는데 어찌 새살이 돋겠는가. 말도 안 되는 경제 위기론 조장으로 국민을 호도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기 원내대변인은 "롯데, SK 등 다른 재벌 대기업도 예외 없이 엄단해야 한다. 이는 대대적이고 실질적인 재벌개혁의 출발점이다. 정경유착의 추악한 고리를 끊어낼 절호의 기회다. 지금껏 재벌들은 매번 지배구조 개선과 사회공헌 조치 등 ‘셀프 개혁안’을 내놨지만, 용두사미·도돌이표 개혁에 불과했다. 더 이상 이를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오랜 가뭄 끝에 단비"

장진영 국민의당 대변인도 "특검이 좌고우면하지 않고 사건을 파헤치는 모습은 오랜 가뭄 끝에 단비처럼 국민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은 박 대통령의 뇌물죄이고, 뇌물죄의 정점에는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이 있다"면서 "이 부회장은 국회 청문회에서 눈알을 굴리며 거짓말을 해 국민을 모욕했다"고 논평했다.

아울러 "이런 사람을 구속하지 않는다면 구속할 피의자는 없다"며 "특검은 법과 원칙만을 생각하고 국민만을 바라보기 바란다. 그것이 삼성도 국가도 살리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새누리당 "성역은 없다"

새누리당 김성원 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에서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며, 법 앞에 성역은 없다"며 "재벌 총수가 저런 상황에 처했다 하더라도 삼성 관계자들은 국민에 대해 더욱 죄송스러운 마음을 갖고 흔들림 없이 경제활동에 매진해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른정당 "정경유착 끊는 계기 돼야"

바른정당 장제원 대변인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특검이 우리나라의 경제사정을 고려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해왔고 충분한 혐의가 있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수사 의지 드러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관계자는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소식이 전해진 뒤 "특검의 재벌에 대한 수사 의지가 드러난 것"이라며 "법원도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결정을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수사를 통해 정경유착의 고리를 발본색원해야한다"며 "이 부회장의 구속을 시작으로 재벌도 법 앞에 평등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정경유착 특혜 사라져야"

참여연대 관계자도 "삼성은 최순실과 정유라에게 유일하게 직접 지원을 하고 국민연금까지 건드린 기업"이라며 "이런 정경유착 특혜가 사라져야 한국 경제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이 부회장이 위증을 했고 증거를 인멸할 우려도 강하다"면서 "특검에서 청구한 영장을 법원이 기각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대로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청구가 과도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는 쪽도 있다. 일부 시민단체와 재계 쪽에서 우려의 뜻을 내비치고 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삼성은 희생양"

바른사회시민회의(바른사회) 관계자는 "이 부회장에 대한 뇌물 혐의는 계열사 합병을 위해 대통령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국민연금의 찬성을 유도했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면서 "삼성은 당시 뇌물을 건네지 않아도 합병을 성사시킬 수가 있었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부회장을 구속한다면 대통령의 유죄를 이끌어내기 위해 삼성을 희생양으로 삼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탄핵이라는 정치적 문제에 기업을 끌어들여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계 "납득하기 어렵다"

A그룹의 한 관계자는 "특검이 이 부회장에 대해 뇌물공여 혐의 등을 적용할 경우 이번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총수가 과연 얼마나 되겠느냐"며 "특검 결정은 살아있는 정권의 압박으로 이뤄진 이번 사태의 현실을 충분히 감안치 않은 것으로 납득키 쉽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글로벌 기업인 삼성의 총수가 해외도주를 할 것도 아니고 대내외적 위상이 있는데 혐의가 일정부분 인정된다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은 너무하는 것 아니냐"며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B그룹 관계자 역시 "삼성이 국내 경제에서 갖는 상징적 의미가 엄청난데 이런일로 큰 타격을 받게돼 매우 안타깝다"며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삼성이 흔들릴 경우 국내 산업 전반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매우 우려스럽다. 법원이 현명한 판단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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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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