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천안함, 비전문가가 봐도 폭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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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오른쪽)이 15일 경기도 평택 제2함대 천안함기념관을 방문해 김록현 서해수호관장(왼쪽)의 설명을 듣고 있다. [평택=조문규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오른쪽)이 15일 경기도 평택 제2함대 천안함기념관을 방문해 김록현 서해수호관장(왼쪽)의 설명을 듣고 있다. [평택=조문규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5일 “(천안함은) 우리 같은 비전문가가 봐도 폭침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낮 12시30분쯤 평택 2함대사령부를 방문해 두 동강 난 천안함 선수와 선미 사이에서 “사고로 인해 저렇게 된 게 아니라는 게 분명하다. 직접 보니 당시 얼마나 참혹했는지 알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폭침 발언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012년 공식 대선 공보물에서 천안함 ‘폭침’ 대신 ‘침몰’이란 표현을 사용한 걸 겨냥한 발언이다.

2012년 문재인 ‘침몰’ 표현과 차별화
“기회 봐서 촛불집회도 참석할 것”

반 전 총장은 이날 사령부 김록현 서해수호관장으로부터 북한 어뢰에 의한 피폭 경위에 대해 설명을 듣고 “사고로 충돌했을 가능성은 전혀 없지요”라고 묻기도 했다. 김 관장이 “없다”고 하자 “전혀 없지요. 보면 분명한데…”라며 거듭 확인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귀국 이후 처음으로 개헌을 언급하는 등 문재인 전 대표와 안보와 정치개혁 분야에서 전방위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는 천안함 방문 후 기자들이 “정치제도와 행태를 어떻게 바꿔야 하느냐”고 묻자 “국민이 바라는 민주주의 원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헌법 개정을 포함해 선거제도, 정책 결정 방식, 정치 행태 등 전체적으로 정치제도를 개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여러 차례 정권 교체로 지도층은 바뀌었지만 집권한 사람들이 같은 제도 내에서 똑같은 과오를 되풀이했다”면서다. 그는 “조만간 구체적 안을 전문가와 협의해 발표하겠다”고도 했다. 앞서 14일 고향인 충북 음성의 사회복지시설 꽃동네를 방문해선 “이제 대한민국의 정치가 민주주의 시민 정신이 많이 함양된 가운데 좀 잘돼야 하지 않느냐. 제도를 바꿀 건 바꾸고, 정치적 행태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회를 봐서 촛불집회에도 참석하겠다”고 덧붙였다.

반 전 총장 캠프에선 개헌 발언에 대해 “반 전 총장이 설 전후 정치 교체의 해법으로 개헌을 통한 대통합, 분권과 협치를 호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무를 담당한 이상일 전 새누리당 의원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은 물론 문재인 전 대표의 민주당에서도 친박 패권주의와 마찬가지로 사당화 등 기득권과 패권적 행태가 똑같지 않았느냐”며 “결국 개헌을 통한 이념·계층 갈등의 통합, 분권을 통한 연정과 협치가 해법이란 의미”라고 설명했다.

글=정효식 기자, 평택=박유미 기자 jjpol@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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