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투사도 욕심낸 까사미아식 경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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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업체 까사미아의 이현구 사장은 그동안 KB창업투자의 "투자하겠다"는 제의를 여러 차례 거절해오다가 지난해 9월 생각을 바꿨다.

매출을 늘리고 공격적인 확장을 하려면 '실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외부자금을 끌어다 쓰기로 했다. 소비가 살아날 기미가 보일때 투자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

13일 까사미아는 KB창업투자와 투자협약을 맺고 총 90억원의 자금을 받기로 했다. 창투사가 유망 벤처기업이 아닌 '사양산업'으로 여겨지는 가구업체에 전략적으로 투자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까사미아 경영지원본부 민응기 이사는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구업도 잘만 하면 성장산업이 될 수 있다는 비전을 창투사가 인정한 결과"고 말했다.

까사미아는 다른 가구업체와는 달리 독특한 경영을 해왔다. 1991년 자체공장을 없애고 모든 제품 생산을 다른 회사에 맡겼다. 또 가구 뿐 아니라 실내용품 등 토털 인테리어쪽으로 사업영역을 넓혔다. 3000여종 제품을 소량 생산하는 기반을 갖췄다. 물류센터도 자동화했다. 제품에 바코드를 붙여 고객의 주문에 따라 판매현황과 재고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4.5% 수준이던 매출액 대비 물류비용을 2.1% 수준으로 낮췄다.

이렇게 절감한 비용은 디자인과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98년 중견 가구업체로는 드물게 디자인연구소를 설립했다. 전 직원중 13%가 디자인과 신제품 개발에 나섰다. 디자인연구소는 까사미아를 창업한 최순희 소장(이현구 사장의 부인)이 이끌고 있다. 매장도 가구 대리점이 밀집한 곳을 피했다. 지난해 2월엔 고급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가구업체로는 처음으로 서울 삼성동 인터콘티넨털 호텔안에 대형 직매장을 열었다. 부산 해운대에는 아웃백.베니건스 등이 있는 외식타운안에 매장을 열었다.

이에 힘입어 까사미아의 영업이익률은 가구업계 평균의 두배 수준인 10%가 넘는다. 까사미아는 이번에 유치한 투자금으로 전국의 유통망을 확충할 계획이다. 3월 이전에 경기도 부천과 서울 쌍문동에 대형 직매장을 개설하는 등 전국적으로 30여개의 유통망을 구축할 방침이다.1984년부터 회사를 이끌고 있는 이 사장은 "2007년에 1000억원대의 매출에 영업이익률 15%대를 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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