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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걷어찬’ 헝가리 여기자 보호관찰 처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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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유튜브 캡처]

[사진 유튜브 캡처]

세르비아 접경 지역 인근 난민 수용소에서 경찰을 피해 달아나는 난민들을 걷어차 거센 비난을 받은 헝가리 기자가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다.

12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 등 외신은 2015년 9월 세르비아 접경지역 인근 난민수용소에서 경찰을 피해 달아나는 난민을 걷어찬 뒤 질서위반 혐의로 기소된 촬영기자 페트라 라슬로가 3년간의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질서 위반 혐의로 기소된 라슬로에 대해 법원은 “당시 행동이 사회적 규범에 어긋나고 자기방어 주장도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라슬로의 측은 위험에 처한 상태에서 대처하려 한 것이라고 거듭 주장하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라슬로는 지난 2015년 9월 아이를 안고 달려가던 난민 남성의 발을 걸어 넘어뜨린 데 이어 다른 난민 소녀의 정강이도 걷어찼다. 독일 방송 기자가 이 장면을 온라인에 올리자 전 세계에서 비난이 빗발치면서 방송사에서 해고됐다.

당시 라슬로 기자의 발에 걸려 고꾸라지며 안타까움을 샀던 난민 남성은 시리아 유명 구단의 축구감독 오사마 압둘 무센으로 아들과 함께 서유럽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축구선수를 꿈꾸는 아들과 함께 자유를 향해 서유럽으로 향하던 오사바는 유럽의 관문인 헝가리로 들어오려다 경찰벽에 막혔고, 이를 피해가던 중 카메라 기자의 발길질에 넘어진 것이다. 현지 언론인 알아라비아에 따르면 오사마는 “아들과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부여잡고 있다”며 “그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오사마의 발을 걸어 넘어뜨리며 지탄받은 라슬로는 달려드는 난민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한 정당방위였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라슬로는 당시“밀착취재를 하던 도중 갑자기 수백 명의 난민이 나를 향해 무서운 속도로 달려왔다”며 “이대로 서 있다간 크게 다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행동한 것”이라고 말했다. 카메라기자이자 한 아이의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한 라슬로는 “오사마를 넘어뜨린 행동에 대해선 깊이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순간적으로 판단 실수를 한 것인데, 그 이유만으로 마녀 사냥식 비난을 받을 이유는 없다”고 해명했다.

이러한 논란에도 페트라 라슬로는 1956년 헝가리 혁명을 다룬 다큐멘터리로 헝가리의 한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카메라우먼 페트라 라슬로는 최근 열린 러키텔레크 영화제에서 편집자로 참여한 다큐멘터리 ‘국가의 이방인들(National Strangers)’로 상과 함께 50만포린트(약 2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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