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정일 방중, 북한 개방으로 이어지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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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8일간의 비공개 중국 방문을 마치고 평양으로 돌아갔다. 조선중앙통신은 18일 김 위원장이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6자회담의 난관을 지적하면서 회담 진전을 위한 방도를 찾기 위해 중국과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당초 예측대로 이번 중국 방문을 통해 위폐 및 북핵 문제의 장기화로 인해 더욱 강하게 각인된 북한의 불량국가 이미지를 타개하려 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조선통신의 보도는 최근까지도 위폐 문제 등을 빌미로 회담장에 나갈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진일보한 것이다. 벌써부터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위폐 문제와 6자회담을 분리 대응하라는 방침을 제시했다는 소식들이 떠돌고 있다.

김 위원장은 8일 동안 이른바 1992년 덩샤오핑의 남순강화(南巡講話) 코스를 돌았다. 북한 군부의 실세들을 비롯한 강경파 인사들도 상당수 수행시켰다.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연회 연설에선 "이번 남방 참관에서 중국 공산당의 올바른 노선과 정책이 있어 중국의 앞날이 밝고 창창하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했다"고 말해 개혁을 할 것임을 간접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우리는 이런 발언들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현재 북한이 겪고 있는 위기의 본질은 공급 부족이라는 경제적 문제와, 핵문제로 인한 국제사회의 불신 및 북한 체제보장을 위한다며 선군정치를 하면서 지나치게 비대해진 군사부문의 경직성 때문이다. 이런 요인들은 북한의 내부적 개혁과 결단에 의해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

북한이 체제유지와 경제회생을 위해선 6자회담에의 빠른 복귀와 외국 투자를 유인할 수 있는 개혁.개방의 조속한 추진을 통한 국제사회와의 화해 외엔 방법이 없다. 후진타오가 이야기했듯 "6자회담은 핵문제를 해결하는 효과적인 제도고, 대화를 통해 해당 문제를 평화적 방법으로 처리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다. 김 위원장의 이번 중국 방문이 북한과 국제사회의 화해를 위한 결단의 계기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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